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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희의 세계문학 인터뷰] <12> 농담 /밀란 쿤데라 지음/방미경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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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14 12:46:07 수정 : 2010-07-14 12: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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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날들이여, 왜 그토록 웃기고 잔인한가

추방된 자의 귀향

믿을 수 있겠는가. 아무렇지 않게 엽서에 적어 보낸 세 문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면. 혁명처럼, 마술처럼, 재앙처럼. 단지 농담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자신의 세계에서 추방당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로부터 적이 되었다. 그리고 친구와 가족을 잃었다. 이것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인생이여.

그는 기관총 사격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 다리 위에 서 있었다. 모라바 강은 흙빛으로 탁하고 강변은 음산했다. 단층집 몇 채가 드문드문 고아인 양 괴상스럽게 널려 있고 그 끝에 철로된 전봇대들과 거위 몇 마리가 거니는 풀밭이 보였다. 뒤로는 허허로운 벌판이었다. 그는 돌아서서 강을 거슬러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걸음 앞질러 달렸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몇 개의 이미지들과 섬세하게 각인된 옛사람들의 얼굴, 쓰라린 고통을 주었던 지난날 파편 같은 기억들을 안고 올가미처럼 날아가 그의 몸을 칭칭 휘감았다.

“15년만의 귀향이군요, 루드빅.”

“그렇군. 여전해, 이 도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오직 나만 변한 것 같아.”

“당신은 더 강해 보여요. 이전보다 진지하고 성숙해졌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까. 이젠 그때처럼 시시껄렁한 농담 따윈 하지 않아.”

“지난 일은 잊어요. 세상은 변했잖아요.”

“그 끔찍한 기억들을 잊으라고? 그렇게 쉽게 잊혀질 수 있을까?”


가볍고 단순한 그러나 너무도 치명적인

“그래서 이제 복수를 할 셈인가요?”

“가능하다면, 내가 빼앗긴 것들을 다시 빼앗을 수 있다면!”

루드빅은 황량한 벌판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판화=정길재
“그때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몰랐어. 여러 개의 얼굴을 가졌었지. 모임에서는 열성적이고 확신에 차 있는 사람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제멋대로였으니까.”

‘1948년 2월’ 공산당이 주도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그 이듬해였다. 학교의 남학생들 모두가 선망하는 예쁘고 총명한 여학생이 있었다. 순진한 성격 탓에 뭐든 잘 믿었던 마르케타는 농담이 통하지 않는 고지식한 여학생이었다. 여름방학 기간 중 루드빅은 자신의 기대감을 저버리고 당 연수를 떠난 마르케타에게 객기 어린 내용의 엽서 한 장을 보냈다. 일부러 진지한 그녀를 놀래켜 줄 셈으로 도발적인 내용을 적었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개학 다음날, 루드빅은 당 사무국으로부터 호출 명령을 받았다. 어제까지 친구들이었던 세 명의 심문관 앞에서 그는 돌연 반역자가 되어 있었다. 별 의식 없이 엽서에 적었던 세 문장의 농담 때문이었다. 그 일로 인해 루드빅은 불순세력으로 낙인찍혀 학생연맹에서 직책이 박탈되었다. 당에서 축출되었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권리마저 잃었다. 최후의 기대감을 안고, 자신과 마르케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친구 제마넥을 찾아갔으나 그에게도 역시 외면당하고 말았다.

루드빅이 헬레나를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하는 헬레나가 인터뷰를 위해 찾아왔을 때 루드빅은 그닥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제마넥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헬레나가 먼저 본능적인 호감을 내비치지만 않았더라도 일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루드빅은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믿었다. 헬레나를 통해 제마넥에게 빼앗긴 이의 고통이 무엇인지 보여줄 차례가 됐다고 생각했다.

탐조등 불빛 속에 갇힌 사랑

《모든 끈이 끊어졌다. 모두 끝났다. 공부, 운동에 동참하는 것, 일, 우정, 모두, 사랑도,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도 끝이었고, 한마디로 의미 있는 인생의 행로 전체가 끝난 것이었다.》

삶이 연속성을 상실했다는 것, 그것은 루드빅에게 있어 충격적인 일이었다. 학업을 멈추자 곧장 입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드빅은 정치범을 수용하는 오스트라바 지역의 한 탄광 부대로 배치되었다. 그곳 내무반에는 부농의 아들부터 프라하 변두리 노동자까지 다양한 삶을 살던 이들이 있었다. 루드빅은 그들과 병영 생활을 하며 차츰 탄광촌의 일상에 익숙해져 갔다. 한동안은 탄광 노역 후 받은 수당으로 창녀를 찾아다니며 관능의 늪에서 허우적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 허가를 받아 홀로 변두리를 배회하던 루드빅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한 아가씨를 보았다. 우수로 가득한 분위기와 낡은 밤색 코트, 고요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몸짓 하나하나가 모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루드빅은 그제야 무심히 흘러가던 시간에 의미를 찾은 기분이었다. 권태로운 유배지의 삶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열아홉 살의 루치에는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의붓아버지의 폭행에서 벗어나고자 그곳 오스트라바로 건너왔다고 했다.

우윳빛 구름 대신 석탄 운반통이 긴 케이블을 따라 흘러가는 검은색 여름 속에서 루드빅은 연인을 위해 시를 읽었다. 그해 여름, 그는 그녀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보냈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녀는 답장 대신 장미꽃을 사서 선물해 주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름날이었다.

반면 가을은 참혹했다. 휴가를 받아 나간 스타나는 탈영병이 되어 체포되었고 체넥은 붉은군대를 모독한 벽화를 그린 혐의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루드빅은 루치에와 육체적인 결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사랑의 행위에 극도의 두려움을 보이는 루치에를 그는 끝내 설득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병사 여러 명이 부대를 이탈한 사건이 발각돼 군법회의가 열렸다. 중대 전체에 외출 금지령이 떨어졌다.

감시탑에서 처음으로 탐조등을 비추고 보초와 정찰병이 부대의 철조망을 따라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루드빅은 다시 긴 편지를 썼다. 며칠 후 부대의 철조망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나타났다.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그곳으로 찾아와 연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낡은 밤색 코트의 아가씨, 루치에였다. 거의 매일 저녁마다 루치에는 루드빅을 찾아와 철조망 틈새로 장미 한 송이를 건네주었다.

잃어버린 낙원

그때 루드빅은 부대를 벗어나 루치에를 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사전 모의가 발각돼 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잠시나마 부대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로는 아직 유효한 상태였다. 루드빅은 탐조등의 흐름을 파악한 후 어두운 연병장을 달려 단숨에 철조망 울타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미리 약속돼 있던 광부의 집에 가 옷을 갈아입은 후 루치에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방은 작았고 침대와 탁자 외에 가구는 없었다. 루치에는 떨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격렬하게 저항하며 루드빅을 밀어냈다. 그럴수록 루드빅은 적극적으로 다가와 집요하게 사랑을 갈구했다. 그러나 상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무리 간곡하게 애원하고 설득해도 그녀는 완강했다. 루드빅은 분노하며 가슴을 도려내는 비참함으로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자신을 거부한 당과 동지들과 학교를 떠올리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런 후 그녀의 외투를 내던지며 나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해, 자연이 보내는 가을의 작별 인사는 미칠 듯 찬란한 절정으로 불타올랐다.

헛되이 흐른 시간 앞에서 루드빅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것이 루치에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후로 루드빅은 십오 년 동안 오로지 그녀만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런데 기묘한 일이었다. 숙소를 제공해 준 코스트카 박사가 안내한 이발소에서 루드빅은 우연히 루치에와 닮은 여인을 발견한 것이다. 면도를 하는 동안 루드빅은 찬찬히 이발사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어느 모로 보나 루치에가 분명했다. 코스트카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역시 그의 짐작이 틀림없었다.

숨겨진 이야기

코스트카는 루드빅에게 진실을 알려줄 때가 왔음을 느꼈다. 신과 사회주의의 오해를 풀어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인 것처럼 루드빅의 환상 또한 그가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로 여겨졌던 것이다.

루드빅이 대학에서 추방되고 난 후 코스트카 또한 자원해서 학교를 떠났다. 대학은 그의 자아비판 능력을 높이 평가해 특별히 원하는 조건의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곳은 보헤미아의 경치 좋은 한 국영농장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와 소떼, 양떼들을 보며 코스트카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 떠돌이 아가씨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건초더미 속에서 생활하며 양식을 구걸하거나 좀도둑질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얼마 후 농장의 감독관이 빈집의 건초더미에서 조그만 트렁크 하나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원피스와 몇 벌의 속옷, 편지 꾸러미가 들어있었다. 편지의 수신인란에는 ‘루치에 세베트코바’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늦은 가을날, 루치에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 코스트카의 농장으로 보내졌다. 코스트카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감지했다. 아름다운 전원생활과 코스트카의 따뜻한 배려를 통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루치에는 결국 그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 사춘기 시절 여섯 명의 패거리에게 상습적으로 집단 강간을 당하고 감화원으로 보내진 사연, 그리고 탄광촌으로 오기까지의 고단한 여정과 묘지에서 꽃을 훔친 이유를 모두 털어놓았다. 루치에는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에 찬란한 빛으로 찾아온 한 사랑에 감사했으나 곧 그 또한 허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결국 야만스런 사춘기 소년들의 얼굴과, 광적으로 그녀의 육체를 탐했던 한 병사의 얼굴이 다르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했던 것이다. 코스트카는 루치에의 고백을 통해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다시 출발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미친 듯이 등불을 흔들어대며 해안가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그는 미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밤에, 길 잃은 배가 거친 파도에 휩싸여 헤맬 때, 이 사람은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깨진 거울, 지나간 시간들

루드빅은 삶이 자신을 끝없이 조롱하고 있음을 느꼈다. 또한 자신의 인생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농담의 세계 속에 포함돼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그가 고향에서 해야 할 일은 없었다. 헬레나를 통해 제마넥에게 복수하려던 계획도 의미가 없어졌다. 그들 부부는 이미 다른 누군가의 존재에 의해 파경을 맞을 단계를 넘어서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남아 있는 형식적인 부부였던 것이다. 루드빅은 참담했다.

“장장 십오 년이야. 그 긴 세월 동안 난 루치에를 나 자신의 이미지를 간직한 거울처럼 생각했어.”

“그런데 그 거울이 깨져버렸군. 산산조각 나버렸어.”

“그래, 모두 의미가 없어졌어. 모두가!”

루드빅은 울부짖었다. 멀리서 사라져 가는 민속음악인 모라비아 민요가 들려오고 있었다.

축제가 시작됐다. 광장에 잊혀져 가는 민속 행사인 ‘왕들의 기마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루드빅은 한 식당에 앉아 있었다. 모든 소음이 비현실적으로 들려왔다. 지난 사흘 동안 그는 그림자 연극을 한 기분이었다. 인생 전체가 그림자들로 출렁였다. 허망함과 아득함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식당 문을 밀고 들어오더니 루드빅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헬레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기술자 청년이었다. 그가 루드빅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생의 마지막을 통지하는 작별의 인사가 적혀 있었다. ‘내 온몸과 마음을 다하여……마지막으로 안녕!’

루드빅은 일어나 웨이터에게 소리쳤다. “계산서요!” 그리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웨이터가 그 뒤를 쫓아 나왔다. 루드빅의 인생 앞에 더 다급한 계산이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삶과 계산을 치르고 있을 한 사람, 바로 헬레나였다.

소설가·blog.naver.com/sgmoonhack

작가와 작품 소개

밀란 쿤데라는 1929년 체코, 모라비아의 도시 브르노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야나체크 음악원의 교수였던 루드빅 쿤데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고, 역시 아버지가 교수로 있었던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였다. 또한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때문에 모국에서 발표한 작품은 ‘농담’과 ‘우스운 사랑’ 두 권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그는 대학생, 노동자, 바의 피아니스트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다. 시와 극작품들을 썼고 프라하의 고등영화연구원에서 가르쳤다. 밀로스 포르만, 그리고 장차 체코의 누벨바그계 영화인으로 기록될 인물들이 두루 그의 제자들이었다.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다가 1980년에 파리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품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생은 다른 곳에’, ‘불멸’,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 ‘이별’, ‘느림’, ‘정체성’, ‘향수’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스 소설상 등을 받았다.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옮긴이 방미경은 성심여자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고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른 역서로 뤽 페리의 ‘미학적 인간’이 있으며 발표 논문으로 ‘꿈의 거울: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의 유혹에 관한 연구’, ‘움직이는 백과사전: 부바르와 페퀴세에 관하여’ 외 다수가 있다.

‘농담’은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이며 대표작이다. 1967년 처음 출판된 후 체코에서 두 번 더 출판되었고, 1968년 봄에는 쿤데라에게 ‘체코슬로바키아 작가동맹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가 직접 시나리와 각색을 맡아 친구인 감독 야로밀 이레시가 영화로 제작한 바 있다. 이 작품은 격변기 체코의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 가치관의 충돌, 세대 간의 갈등, 정치 비판을 함께 보여주며 미학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획득한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쿤데라는 개인의 사소하고 사적인 삶에서 시작하여, 선의로 출발한 이념일지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암시하며 절대 신념과 획일주의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 또한 절대적인 신념이 인간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잘 의도되고 준비된 정치운동이라 하더라도 전체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 그 맹목성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독성과 개인의 운명에 미치는 비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농담’은 불역되자마자 프랑스에서 쿤데라를 명작가의 반열에 올려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 불역판 서문에서 아라공은 쿤데라를 일컬어 “금세기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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