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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고료 제6회 세계문학상] '컨설턴트'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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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31 18:31:03 수정 : 2010-01-31 18: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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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도 서비스업이라고 여기는 킬러
고객에게 옛 애인 처리를 의뢰받는데…
그는 킬러다. 하지만 자신의 손에 결코 피를 묻히지는 않는다. 그가 벌이는 살인은 오직 키보드 앞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는 자신이 구조조정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구조조정이란 구조는 변치 않고 그 성원만이 사라지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이 매우 평범하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화이트칼라들과 다를 바 없다고.

그의 살인 방식은 간단하다. 회사의 의뢰를 받아 고객에게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의 연쇄를 계획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불행들이 누적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죽음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타살처럼 보이지 않기에 누구도 불행해지는 사람 따위는 없다. 이 때문에 그는 그러한 죽음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며, 자신이 컨설팅을 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회사이다. 그는 항상 회사가 자신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의 선택을 조종하고 있으므로, 실제로는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으며,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연스러워 보이는 죽음을 맞이하는 고객들 역시 과거를 조사해 보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의 가해자였으므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는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청혼을 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는 그의 옛 애인의 구조조정을 의뢰한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 들지만 어렵지 않게 옛 애인의 죽음을 설계한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고, 옛 애인이 자신이 계획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옛 애인이 남긴 유서에는 그녀의 죽음이 자신이 낙태한 둘 사이의 아이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회사의 음모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평범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그는 여기저기 좌충우돌하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닥친 일련의 불행들을 그는 납득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해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모든 사람들, 심지어 그가 청혼하려 했던 사람마저 회사의 지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괴로워하던 그는 도망치듯 콩고로 떠난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콩고를 가로지르며, 그는 회사의 정체를 서서히 깨달아 간다. 동시에 자신을 지구 반대편까지 끌고 왔던, 자신을 두려움에 빠뜨렸던 보이지 않는 것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임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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