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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 ‘역사학계의 촘스키’ 美 패권 몰락을 ‘경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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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27 17:48:59 수정 : 2009-11-27 17: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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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몰락/가브리엘 콜코 지음/지소철 옮김/비아북/1만4500원

아시아 순방 길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삐걱’했고 중국에서는 ‘홀대’ 받았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사람이야 세월에 장사 없다지만, 그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했던 미국의 영향력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패권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총(군사)과 달러(경제), 그리고 관용이 필수인데, 미국은 관용이 사라지고 있어서 제국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제국의 미래’의 저자인 에이미 추아는 분석한 바 있다. 그런데 이에 한술 더 떠서 미국은 관용뿐만 아니라 총과 달러까지 모두 잃어서 미국이 지배하던 세기는 끝났다고 경고하는 학자가 있다.

그는 가브리엘 콜코 교수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현대 전쟁학과 국제관계에서 세계적인 권위을 가진 역사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역사학계의 촘스키’로 알려졌다. 하워드 진과 더불어 초기 신좌파운동을 주도했고, 그의 연구서는 브루스 커밍스 등 진보 역사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또한 촘스키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할 때 콜코의 주장을 자주 인용하곤 했다.

그의 최신작 ‘제국의 몰락―미국의 패권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콜코는 군사력 만능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핵무기의 확산과 값싼 미사일의 대량 보급 등 최첨단 군사기술은 중동국가들을 넘어 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의 국가뿐 아니라 게릴라 조직에게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세계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으며, 미국 또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불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경제의 위험수위가 도를 넘어섰음을 알렸고, ‘경찰국가’로 대변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하드파워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외면받으면서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새롭게 부상하는 패권국들에게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국의 몰락’은 미국 패권이 약화된다는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그 배후세력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방정부를 먹여살리는 무기업자와 출세욕이 강한 정치 엘리트 세력의 결합, 고위험 고수익을 선호하는 미국 금융투기꾼, 군사력 만능주의에 빠진 정부 관계자가 그들이다. 또한 미국의 중동정책 개입을 비판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등의 중동문제 해법도 제시한다.

중동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패권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를 꿈꿨던 미국은 이전의 다른 패권국들이 걸었던 길을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운명을 움켜쥐고 있던 20세기 제국 미국의 씁쓸한 쇠락을 지켜보며 마음 한편이 싸해지는 것은 왜일까? 스톡홀름 증후군이 발동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달도 차면 기운다는 불변의 진실을 통감해서는 아닐까?

박재호 비아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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