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주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세계에 분포하는 종자식물 절반이 이곳에 서식 바다와 휴양지, 동남아 여행의 일반적인 콘셉트이다. 그래서다.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산은 말레이시아 사바를 돋보이게 한다. 사바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 자체가 키나발루산과 코타(도시)의 합성어다. 이곳 사람들이 키나발루산을 대하는 의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키나발루산은 코타키나발루에서 80㎞ 떨어진 국립공원에 있다. 입산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 산악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민첩한 운전사도 코타키나발루에서 동쪽을 향하는 운전에 족히 1시간30분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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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마을을 복원한 ‘마리마리 마을’은 말레이시아 사람들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자연 속에 자리한 집들에서 현지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공연이 펼쳐진다. |
이곳은 보통 1박2일 일정으로 등정하게 된다. 등정에 앞서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은 필수 과정이다. 예약은 1년 전부터 받는다. 입산객들은 공원본부에서 입산 신고를 마치고 비교적 평평한 지형인 4.5㎞를 걷는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곳은 해발 1866m 지점. 해발 1500m 정도를 더 올라 해발 3300m 산장에서 밤을 보낸다. 정상인 ‘로우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 3시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등정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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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에 비가 내린다. 짙은 구름 속에서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그 긴 모습을 드러낸다. |
이곳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면 기자는 아쉽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산을 향하던 날 구름을 잔뜩 머금은 최고봉이 먼 곳으로부터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았다. 산 중턱에서 밤을 보내고, 이틀에 걸쳐야 조금이나마 산을 경험할 수 있다는데, 과도한 욕심을 낸 것이리라. 정상에 등정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단련했던 산사나이들의 경험을 알고 있었기에 안타까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해마다 20만명 가까운 여행자가 이곳을 방문하지만, 그중 10% 정도만이 정상 등정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0%는. 저지대에 마련된 온천과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정상을 등극하지 않고도, 키나발루산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서다.
접근 방향을 틀었다. 산의 주변에서 문화를 접하고 느끼기로 했다. 산 주변의 마을에 가톨릭교회가 눈에 많이 띈다. 저지대에서는 이슬람과 불교의 세력이 강한 것과 비교된다. 가이드의 설명이 이해가 된다. 영국 등 서양세력이 들어왔을 때, 인구밀도가 높은 저지대 대신 저밀도의 산악지대에 대한 전도를 먼저 시작했다고 한다. 한때 우리의 사찰과 암자들이 산에 많이 지어졌던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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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타키나발루 정상을 등정하지 못했다면 해발이 낮은 곳에서 캐노피를 즐겨도 좋다. 밧줄 다리가 흔들릴 때면 남 모를 스릴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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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사바주 청사 건물은 원기둥이다. 멀리서 바라봐도 특색이 있어 눈길을 끈다. |
캐노피를 즐기다 20분 정도 내려오면 산록에는 포링 온천이 있다. 유황 온천으로 물은 50∼60도로 뜨겁다. 2∼3명이 들어갈 수 있는 실내 온천과 노천 온천이 즐비하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온천욕을 즐기는 것은 야외 온천이 주는 매력일 것이다.
키나발루산은 말레이시아 화폐인 1링깃 지폐의 배경 그림으로 등장할 만큼 이 나라의 자랑이기도 하다. 곤충을 잡아먹는 낭상엽과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의 집단 서식지이기도 하다. 세계에 분포하는 각종 종자식물의 절반이 키나발루산 주변에 있다고 한다. 이 천연의 자연은 세계도 인정했다. 키나발루산 주변은 2000년 유네스코가 28번째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인천∼코타키나발루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말레이시아항공이 정기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약 4시간30분.
코타키나발루=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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