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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 ‘생태계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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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보르네오 섬에 있는 코타키나발루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도시다. 말레이시아 사바주 청사가 있는 도시로 동남아의 정취를 모두 갖추고 있다. 바다의 낭만이 있고, 열대의 산이 갖는 원시성이 있으며, 내륙에서 전해지는 전통 보존의 열망도 있다. 자연과 삶이 거칠지만 조화를 이룬 땅이다. 이곳은 태풍이나 홍수 등 재해를 입은 적이 없을 정도로 축복받은 땅이다. ‘바람 아래의 땅(The Land Below The Wind)’이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다.

◇바다에 인접한 코타키나발루의 모스크는 모든 갈등과 두려움을 포용한 듯하다. 모스크 앞을 가득 메운 물이 이를 상징한다.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말레이반도의 쿠알라룸푸르와도 비교된다. 도시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걸어보는 것. 혼자 걸어도 두려움이 없다면, 도시의 이미지는 일단 성공적이다. 1시간을 걸어보지만 매연이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동남아 여러 도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오토바이가 없다. 이는 소음이 없고, 매연이 없는 이유다. 대신 맑은 공기와 푸른 녹음이 있다. 또 여유가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조급함이 없다.

바닷가 근처 산악지대에서 불어온 시원한 바람 덕분인지, 열대 특유의 끈적끈적한 습기도 없다. 배회하던 숙소 주변을 벗어나, 시내로 방향을 튼다. 차를 이용해 시내를 돌아보니 사바주 청사 건물과 모스크 사원, 중국 불교 사원이 눈에 띈다. 원통의 주 청사는 멀리서 바라보아도 작품이다. 전쟁의 폭격에도 견딜 만하다는 관광청 직원의 설명은 사실일 것이다. 바닷가 근처의 모스크는 물의 정원이다. 모스크에 모인 이들에게 종교적 갈등은 없을 것이다. 앞에 바라다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듯, 세상을 넓고 투명하게 대할 터이니까. 언덕에 위치한 중국식 불교 사원은 동남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거대한 부처상은 방문객마저 주눅 들게 한다.

항구 도시이기에 바다를 접하는 것도 훌륭한 경험. 코타키나발루는 가히 해상의 천국이다. 툰쿠 압둘 라만 해상국립공원에서는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 사피, 마누칸, 마무틱, 수룩 등을 품은 바다는 해상공원으로 보존되고 있다. 산호와 백사장을 보존하기 위해 지정한 것이지만, 실은 물고기가 보호되고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이 보호된다. 물고기의 천국이 주는 혜택은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 생물의 삶을 상세하게 곁눈질해도 되기 때문이다.

◇해상공원은 물고기의 천국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를 보는 젊은 여성도 즐거워한다.
고속 유람선을 타고 30분 걸려 도착한 마누칸 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파란 빛깔의 바다가 에메랄드 빛으로 변하자, 여행자들이 흥분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유람선이 정박지로 이용되는 ‘나무로 만든 다리’에 가까이 가자, 바다 속 물고기들이 눈에 띈다.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물고기들이 물속을 배회한다. 마치 물속의 바위나 은폐물이나 되는 것처럼 사람은 무시된다. 다만, 여행객이 주는 빵 부스러기를 먹으려고 주변으로 몰려들 뿐이다. 산호와 물고기들이 펼치는 ‘수중무’에 여행자들은 야외 공연장의 관람객일 뿐이다.

이곳은 숫제 물고기의 해변이다. 여행객 중 한국인으로 보이는 20대 커플에게 말을 건다. “고기 많아요? 손에 잡히기도 하나요?” “너무 많아요. 재미있어 죽겠어요. 다리를 물어요.” 한국에서는 쉽게 건넬 수 없는 질문과 대답이다. 열대의 낭만 바다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풀어놓는다.

‘나무 다리’에는 코타키나발루로 나가는 배를 타려는 여행객과 물고기를 보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백사장이 보인다. 말레이시아 사람과 일본인, 유럽인들이 서로 어울려 백사장을 수놓는다. 백사장 뒤편으로는 방금 바비큐 파티라도 열었는지 그릴이 가득하다. 백사장을 좀 더 벗어나니 목재로 지어진 20여채의 산장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열대의 낭만과 신혼여행의 기쁨을 느끼려는 이들이 산장의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코타키나발루 인근에 있는 마누칸 섬의 해변은 에메랄드 색감을 자랑한다. 햇빛에 잔뜩 그을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바다를 거닐고 있다. 이들에게 바다는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리는 ‘넓은 놀이터’다.
시내도 좋고 바다도 좋지만, 이곳에서 전통을 제대로 접하지 못하면 섭섭하다. 사바관광청 직원은 전통을 되살려낸 ‘마리 마리(Marimari)’ 전통 마을을 추천한다. 숙소에서 차를 이용하자 25분도 안 돼 숲 속의 정원이 나타난다. 짙은 열대의 식물이 서로 파란 하늘을 보겠다고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곳에 마을이 나타난다. 정문에 도달하자 “문화적 다양성은 우리가 가진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의 자랑”이라고 직원이 웃음 가득 머금고 설명한다.

조성된 마을의 정문이라고 할 만한 곳을 통과하자, 사바 지역 부족들의 각기 다른 5종류의 주택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전통을 되살린 주택에는 각 부족의 후손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물론 상주하는 이들은 아니다. 오전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는 게 이들의 일상이다.

이들의 조상은 어떻게 살았을까. ‘불의 발명’은 인류의 의식주 문화를 바꾼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한반도의 조상은 부싯돌을 갈아 불을 만들었다. 이곳 보르네오에 살았던 열대의 조상은 야자수 나무를 벗기고 그 껍질을 갈아 불을 만들었나 보다. 전통의 모습을 재현하는 21세기의 후손들이 제법 익숙한 솜씨로 불을 만들어내자, 현장을 찾은 서양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앤드루, 너 집에 가서 또 시험해보겠군, 난 안 봐도 안다.” 신기해하는 아들이 집으로 돌아가 모험심을 발휘할 것을 어머니는 눈치챘나보다.

즐거움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오전 일찍 마을을 찾은 여행자들은 점심 때 먹을 음식을 주문하고, 즐거워한다. 대나무 통에 쌀을 넣어두고 불을 지피면 2시간 뒤, ‘원시 자연의 특식’이 제공되리라. 마당을 오가는 열대의 닭들은 사람이 주는 먹이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야생의 음식을 잔뜩 챙겨 먹고 다니는 눈치다. 금세 사라졌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게 이곳의 닭들이다.

사바 과거로의 여행은 한나절로는 부족하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소화하고 나면 사바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현지의 특성을 오롯이 간직한 문화를 사랑하는 유럽 여행자에게는 이곳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코타키나발루=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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