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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 옥화 자연휴양림 3㎞ 야간 트레킹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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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 숲 그늘에 누우면 도심 찌든 피로 훌훌, 가슴까지 시원 신종플루는 전쟁과 북핵 위협에도 당당했던 반도 땅을 주눅 들게 한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자 낯선 두려움은 좀 더 깊게 똬리를 튼다. 그 낯선 두려움은 전국 곳곳의 축제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게 지역축제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이즈음은 애써 축제 현장을 찾으려 해도 힘들다. 행정안전부의 지침과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살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잇달아 행사를 취소해서다. 행사는 취소돼도 그곳의 자연과 문화는 남는 법이고, 팍팍한 가정 경제와 옥죄는 일상일수록 탈출구는 필요하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바라보는 대청호는 이주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르기만 하다.
이달 20일부터 열흘 넘는 기간 동안 ‘생명축제’를 열려고 했던 충북 청원 지역도 탈출구로서 적당한 곳이다. ‘맑음의 시작’이고 ‘맑음의 근원’이라고 불릴 만한 청원(淸原)에 다녀왔다. 청원은 군청을 청주시에 두고 있다. 청원은 도넛의 뚫린 구멍처럼 청주를 감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서남북 어느 한쪽에 군청을 두면 다른 지역에서는 돌고 돌아야 군청을 찾을 수 있다.

◇야간 트레킹을 하기에 제격이라는 옥화자연휴양림은 한낮에도 그늘이 진다. 휴양림에서는 온 마음과 전신이 맑아진다.
청원에서는 밤에도 맑고 푸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군청에서 운영하는 미원면의 ‘옥화자연휴양림’은 야간 트레킹에 나서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다. 개장 10년을 맞이하지만 ‘걷기 열풍’이 불면서 최근 부쩍 찾는 이들이 늘었다. 휴양림의 대부분은 측백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측백나무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들 중 으뜸이다. 그 뒤로 잣나무, 참나무, 구상나무가 잇는다.

피톤치드가 넘치는 3㎞ 남짓의 야간 산행 트레킹은 도시의 무심한 불빛을 벗어나 사색에 잠기기에 적당한 거리다. 하지만, 야간 트레킹은 젊은 연인과 어린 학생들에게는 부담인 모양이다. 연인들은 그 시간 다른 곳에서 밀어를 속삭이고 싶어서고, 아이들은 캄캄해서 걷는 것을 지레 포기하려 한다. 이때는 이곳에서 일한 지 6년째인 박흥서 사장이 나선다. 아이에게는 “동물들도 곧잘 다니는데, 그보다 똑똑한 너희가 왜 못 걷겠니”라며 끌어들이고, 연인에게는 “어두운 실내에서 벗어나 손 꼭 잡고 함께 맑은 길 걸으면 사랑이 더 깊어진다”고 이해시킨다. 야간 트레킹을 경험한 이들의 반응은 좋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거나 “어두워서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었지만, 마음에 사랑은 가득 담아왔다”는 답례가 돌아온다.

낮에 올라도 이곳은 캄캄하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측백나무들이 좀처럼 햇빛이 통과할 공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 다 한다고 해서, 측백나무 그늘에 누워본다. 일주일 도심에서 찌든 피로가 확 풀리고, 가슴마저 시원해진다.

◇닥나무로 한지 재료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태도가 진지해 보인다.
산길을 타다 보니, 잘 정돈된 길이 탐이 난다. “말들이 다녀도 썩 괜찮을 길”이라는 칭찬에 박 사장은 “안 그래도 내년쯤에 인근 길에서 조랑말을 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답한다.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자, 이번에는 상상 이외의 공간이 나타난다. 바로 산속 수영장. 인근 물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파란 ‘숲 속 수영장’의 존재를 무더운 여름에 알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쉽다. 이곳을 먼저 왔던 이들은 적어도 더운 여름에 ‘황제 수영’을 즐겼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여름에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

◇문의문화재단지를 찾은 청원군 주민들이 짚으로 만든 농가의 도구들.
청원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 문의문화재단지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모습은 마냥 푸르다. 아직 햇살을 받지 못한 서늘한 아침은 아침대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한낮은 한낮대로 매력이 있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생활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전통문화를 재현한 곳이 눈길을 끈다. 민화를 그리고, 새끼를 꼬는 어른들이 눈에 띈다.

◇매운탕
문의문화재단지가 외지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곳이라면, 문의면 ‘벌랏 한지마을’은 청원에서도 깊은 산골 마을이다. 면사무소가 있는 곳에서도 대청호 주변으로 15㎞ 가까운 산길을 돌아야 나타나는 마을이다. 산길이 나기 전에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원이 아닌 다른 군에서 물자를 실어날랐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체험객 등을 위해 하루에 6대의 버스가 지나고 있지만, 자가용을 운전하는 마을 주민의 운전 솜씨는 산길처럼 어설프다. 오죽했으면 전쟁 중에 아군과 적군이 모두 들어올 생각은 고사하고, 마을의 존재 사실 자체도 몰랐다고 한다. 영화 ‘동막골’이 알려진 뒤에 이곳 주민들은 “이곳이야말로 충북, 아니 호서지방의 동막골”이라는 말을 곧잘 한다.

◇참마자인삼도리뱅뱅이
벌랏 한지마을의 이동환 이장은 “다슬기와 올챙이가 넘치는 마을에서 한지를 만드는 상상을 하면 한 폭의 동양화가 떠오를 것”이라며 “이런 체험학습이야말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라고 뿌듯해 한다. 마침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남녀 학생들이 한지체험에 나서 즐거워한다. 청원의 중학교에 다니기 위해 얼마 전 대전에서 전학 왔다는 여학생이 그중 제일 활기차다. 서울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가수 2PM의 사인을 받아달라고 조르더니, 이내 저희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마을을 누빈다. 청원에서도 흔치 않은 마을의 풍경에 반하기라도 한 것일까.

맛집 탐방도 빼놓을 수 없는 청원 여행의 필수 과정이다. 대청호 인근에서 잡는 자연산 참마자를 재료로 삼은 참마자인삼도리뱅뱅이는 청원의 자랑. 문의면사무소 앞의 구룡식당(043-297-6754)은 잉엇과의 물고기인 참마자를 튀겨서 양념으로 볶은 뒤 가늘게 썬 인삼과 함께 일품 요리를 제공한다. 미원면의 선선매운탕(043-297-4320)이 메기 등 잡고기를 우려 만드는 매운탕도 청원의 자랑이다.

청원=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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