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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최지향 옮김/부키/1만4000원 |
미국의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에서 현장 중심의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누구나 한 두 벌씩 갖고 있는 청바지에 감춰진 세계의 패션산업과 무역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옷에 붙은 ‘Made in ***’ 라벨만 보고는 누구나 그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연관된 수많은 사람과 국가, 무역조약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의 경제’가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 담겨 있다. 예를 들면 ‘메이드 인 페루’라는 라벨이 붙은 청바지는 텍사스의 목화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방직한 후 리마에서 재단과 재봉을 거쳐 멕시코시티에서 워싱(washing) 처리와 마무리 작업을 끝낸 뒤 유통되고 있다.
저자가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목화 재배지에서 목화 수확은 여성 몫이다. 그러나 목화밭이 수많은 여성의 삶의 터전이자 땅을 비옥하게 한다는 낭만적인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
목화는 지구상 농지의 3%를 차지할 뿐이지만 전 세계 살충제의 4분의 1을 소비하고 제초제의 10%를 사용하며, 살충제에 드는 비용만 260억달러에 이른다. 청바지 한 벌에는 평균 0.75파운드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개도국은 이와 같이 비싼 기술을 도입할 역량이 되지 않아 화학비료와 살충제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독자가 알지 못하는 세계 의류산업의 현실을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하게 풀어낸 책이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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