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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노 김용걸에게 춤은 ‘신이 준 선물’이다. 발레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의지한다. “매력적인 선물을 하나 받은 복 많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간혹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결국엔 춤에 묻어 나올 거라 생각하니 힘들진 않다”고 했다. IPAP 제공 |
발레리노는 시간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시간의 무게를 몸이 견뎌내지 못할 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큰 꿈이 있었기에 세월에 끌려 가지 않았다”는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김용걸(36)은 “시간이 흐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들이 하나둘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에게 나이는 벽이 아니었다.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로 활동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최초 동양인 남자 무용수로 입단한 게 27살의 ‘늦은 나이’였다. 다시 시작된 밑바닥 생활이었다. 2002년 드미 솔리스트로 승급됐고, 2005년 솔리스트에 이어 이듬해 첫 주역 공연까지 가지며 날개를 달았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파리에서의 9년간을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고 소개했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많았지만, 그 끝에 보이는 작은 희망의 불빛이 달콤했다.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안을 수 있게 된 시기였다.
무대는 여전히 빛을 품고 있다. 11, 12일 ‘김용걸과 친구들’(LG아트센터) 내한공연에 앞서 호주 브리즈번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시즌 마지막 투어를 펼치고 있는 그와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내한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설렌다”고 했다. 그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무대다. 예술감독까지 맡아 프로그램뿐 아니라 함께할 무용수까지 직접 섭외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무용수 초청 공연이에요. 재작년엔 ‘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주역무용수)과 친구들’로 진행이 됐었죠. 제안이 들어왔을 때 부담감 때문에 많이 망설였던 게 사실이에요. 국내 관객들을 생각하니 마음을 굳히게 되더라고요.”
“윌리엄 포사이드 작품은 몸의 균형을 탈피해 불가능할 것 같은 움직임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만들어졌어요. ‘아레포’는 오페라의 영어 철자를 뒤집은 제목이에요. 가부키 배우처럼 흰색 분장을 하고 빨간색 타이즈만 입고 원시적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독무죠. 기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의 성장엔 부상도 한몫을 했다. 2003년엔 발바닥의 근막을 과다하게 사용하여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이 찾아왔다. 1년간 재활 훈련만 하다 다시 무대로 돌아가려는 찰나, 연습 도중 발이 또 접질러지고 말았다. 다시 재활 치료에 들어갔다. 부상은 또 다른 기회였다. “무용수에게 부상은 그 무용수를 완전히 망가지게 할 수도 다시 태어나게 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말한 그는 “발레 외에 그림과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재산을 하나 더 갖게 된 시간이었다”고 했다.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다른 기회를 찾으려 했던 노력이 준 선물이었다.
‘김용걸과 친구들’은 그가 펼쳐놓은 제2 한국 생활의 예고편이다.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교수로 돌아온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 보고 배운 것들을 돌려주고 싶었어요. 파리를 떠나는 것이 아쉽고 이른 감도 있지만, 이런 것 때문에 한국에 가서 더 열심히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은퇴는 아니에요. 몸이 허락할 때까지는 뛸 생각이에요.”
발레리노로서 그가 쌓아놓은 이정표는 뚜렷한다. 1997년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 국제 발레콩쿠르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파리 국제무용콩쿠르에서 발레리나 김지영과 함께 듀엣부문 1등을 차지했다. 1999년엔 대한민국 문화훈장 화관장을 받았다.
이젠 가르치는 입장에서 욕심이 생긴다. 발레 조기 교육이다.
“발레는 몸의 모든 근육과 관절을 밖으로 틀면서 완성해야 하는 동작들로 이뤄졌어요. 어렸을 때 받는 교육이 중요해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만 갖춘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꿈은 마르지 않는다. 무대 안과 밖에서 그의 꿈이 또하나 생기는 순간이다.
윤성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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