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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부르다레 지음/정진국 옮김/글항아리/1만6500원 |
프랑스 지성인이 4년간 머물면서 쓴 20세기 초 대한제국의 세밀한 관찰기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원제 En Coree)이 21세기를 사는 기자의 눈길을 끈다. 당시는 대한제국이 일본과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고,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사실상 우리나라의 실질적 통치권을 장악한 수치스러운 1904년의 직전, 즉 대한제국의 마지막 몇 해에 대한 관찰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고고학자이자 철도·광산 개발에 관련된 기술자문을 하던 에밀 부르다레가 1904년에 프랑스에서 펴낸 이 책은 당시 조선인에 대한 묘사에서부터 풍습·공연 등에 대한 소개까지, 대한제국의 실상을 여과 없이 담았다. 궁중연회 식순, 장례 풍습, 사격 훈련, 죄수 이송, 극장에서 배우에게 추파를 던지는 양반의 거들먹거림등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그 자연과 환경, 제도와 문물, 사람과 사건을 무거운 시대적 분위기에도 날카로운 재치와 해학을 곁들여 써내려가고 있어, 옛날의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과 더불어 기행문과 일기를 함께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지명을 비롯한 고유한 이름들과, 당대인과 생활상을 재현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끊어지고 빛바랜 필름을 복원해 보는 듯 생생한 장면이 줄줄이 이어진다. 조선에 대해 ‘무속에 대한 의존성이 강한 나라’, 시어머니가 위세를 떨치는 ‘시어머니의 나라’, ‘극단적이며 낭비적인 관료제의 나라’라는 묘사는 물론 조선인을 ‘불결’과 ‘악취’라는 말로 비판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양반의 가족사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벌어진 무동 연회장 사진 등 희귀한 사진 30장이 실려 사료적 가치도 만만찮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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