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역 책을 두 권 만들어 봤다. 처음엔 내용 이해는 고사하고 여섯 효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읽는 게 고역이었다.
두 번째 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편집자가 책 한 권을 만들면 그 내용을 속속들이 다 알 거라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아니, 최소한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십 수 년 공부했다는 사람들조차 주역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을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다. 한 출판사에서 나온 두 책이 전혀 다른 관점에 서 있었다. 게다가 두 번째 나온 이 책은 글자 한 자, 괘효사 하나하나에 대해 당대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의 저마다 다른 시각을 비교하며 보여 준다. 저자는 머리말에 그 이유를 밝힌다. 이것은 책을 쓴 동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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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봉 지음/부키/2만3000원 |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저자는 주역 64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풀이할 수 있는 해석 틀로, 고금의 권위 있는 주석을 들어 비교하면서 그 중 가장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해석이 무엇인지 가려낸다. 논란이 있는 한자에 대해서는 설문해자 등의 고문헌을 끌어와 문자적 고증을 하였고, 마왕퇴 백서본 주역의 발굴 같은 고고학적 성과에 힘입어 괘효사를 새롭게 해석했다. 여기에다 중국 고대인의 삶과 역사를 그리기 위해 사기, 자치통감, 춘추좌전 등을 풍부하게 인용하며 3000년 전 인간들의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며, 사람 사는 지혜와 그에 대한 정제된 교훈을 밝힌 주역의 의미를 더 깊게 새길 수 있도록 논어, 맹자, 시경, 주례와 같은 고전을 상황에 맞게 비유하며 인문적 관점의 주역 읽기를 시도하였다.
순자는 “역에 통달한 사람은 점을 치지 않는다”고 했다. 변화의 미세한 기미를 읽을 수 있고, 세상 사는 이치를 통찰할 수 있다면 굳이 점을 쳐서 지혜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 거다.
주역 괘효사의 본뜻을 구하는 것에서 출발한 ‘인문으로 읽는 주역’에서도 말한다. 우리가 주역에 끌려다닌다면 주역은 더 이상 지혜의 책이 아니라고. 삶의 주인은 자신이지 주역이 아니라고.
장미숙 부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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