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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 신자유주의가 우리 삶에서 빼앗아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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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17 17:34:09 수정 : 2009-04-17 17: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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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영 도서출판 옥당 대표
프리런치-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박정은?김진미 옮김/옥당/2만1900원


공무원들이 장애인과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웠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 기업인의 정치인 로비 스캔들로도 시끄럽다. 농사를 짓지도, 농촌에 살지도 않는 도시 부자들과 지도층 인사들이 제도를 이용해 정부지원금을 챙겼다고도 난리다. 지치지도 않고 ‘보조금’을 둘러싼 스캔들은 터져나온다. 그들이 훔친 돈은 정부 돈일까, 아닐까? 정부 예산에서 곶감 먹듯 빼먹었으니 정부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내 돈이다. 정확히 말해 국민이 낸 세금이다. ‘프리런치’는 국민인 우리가 우리를 위해 써달라고 정부에 맡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 돈 사용내역서’이다.

책 제목 ‘프리런치’는 말 그대로 공짜 점심이다. 그러나 비용이 발생하면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든 지불해야 하는 게 제로섬 원칙에 기반한 세상 이치다. 복지보조금이라는 공짜 점심을 고위 공직자들이 먹었다면, 그 공짜 점심값은 국민이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불한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고위 공직자들과 이들에게 로비한 기업과 부자들이 세금으로 공짜 점심을 먹고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 공짜 점심 스캔들이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박정은?김진미 옮김/옥당/2만1900원
공짜 점심은 공공기관의 민영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철도?의료?전기를 비롯 학자금 대출기관까지 민영화되면서 세금은 기업의 지원금으로 물 쓰듯 제공되고, 반면 국민은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기부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도 공짜 점심으로 더 많은 부를 축적한 사례로 등장한다. 그가 소유한 전기 및 가스 회사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컴퍼니’는 2006년 수익 중, 단 4%만 연방법인세로 납부했고 2007년에 내야 할 세금 중 6억6600만달러를 2035년까지 절반만 지불하기로 했다.

저자는 28년 전에 집을 사면서 무이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그때 합의했던 금액으로 지금 갚는다면 전 국민이 부자가 될 것이라고 꼬집는다. 또 버핏의 회사로부터 세금을 모두 받게 된다고 해도 그 돈은 원래 받았어야 할 1달러당 40센트에 불과하고 사라진 60센트는 세금 인상과 서비스 축소 등으로 다시 국민이 메워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빠지고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맡기면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나아진다는 신자유주의는 국민의 살림을 담보로 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 책을 기획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의 삶에 파고든 신자유주의가 살림살이에 보태준 것은 무엇이고 빼앗아간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더 무엇을 빼앗아 갈 것인지를 신자유주의의 발상지 미국의 현재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프리런치’는 미국의 정책을 좇고 있는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인들이 눈여겨보고 정책 수정에 반영해야 할 ‘위기의 나라 미국 실사 보고서’이자 내 돈 내고 제 권리 못 찾고 있는 순진한 국민들을 위한 ‘예방백신’이다.

신은영 도서출판 옥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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