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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아름다움, 길을 잃어도 즐겁다

입력 : 2008-11-13 17:38:58 수정 : 2008-11-13 17: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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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의 심장, 체코 프라하
◇프라하 최대 건축물인 ‘성 비투스 대성당’의 정면.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네오고딕 양식 등 천년의 건축역사를 자랑하는 성 비투스 대성당에서는 지금도 일요일이면 대통령도 미사에 참석한다.
프라하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건축물이 즐비할 뿐 아니라 2000년 유럽연합(EU)이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지정한 9개 도시 중 하나다. 건축 분야만 놓고 볼 때 ‘북쪽의 로마’라면, 문화면에서는 ‘동유럽의 파리’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곳이 바로 프라하다.

#중세 도시를 보는 듯한 구시가지

프라하 중심부는 화약탑을 경계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 광장 입구에 들어서 수백년 동안 온전히 보존된 돌길 위를 걷고 있노라면 골목 한쪽에서 중세 마부가 망토를 휘날리며 마차를 끌고 튀어나올 것만 같다.

광장 한복판에는 카를 대학 초대 학장이자 종교개혁가였던 얀 후스의 조각상이 서 있다. 14세기 부패한 성당을 맹렬히 비판했다가 화형당했던 그의 조각상에는 ‘진실만을 보고, 진실만을 말하고, 진실만을 행하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광장 한쪽에 서 있는 틴 성당은 성 비투스 대성당과 함께 프라하를 대표하는 종교건축물로 손꼽힌다.

검은색 지붕으로 뒤덮인 뾰족한 두 개의 탑이 인상적인데, 두 첨탑의 굵기가 다르다. 전체적인 외관은 고딕 양식으로 웅장하고 근엄하지만 내부는 바로크풍이 주조를 이뤄 화려하다. 틴 성당 바로 옆에는 로코코 양식의 골즈킨스키 궁전이 자리 잡고 있다.

분홍색과 흰색 벽토 장식이 아름다운 골즈킨스키 궁전은 18세기에 지어진 골즈 백작 저택으로, 합스부르크가의 지배 당시에는 엘리트 중등학교로 활용됐다. 프란츠 카프카가 이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1층에는 그의 이름을 딴 서점이 있다. 매시 정각이 되면 구름 같은 인파가 모여 일제히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는데, 바로 구시가지 명물인 천문시계탑.

매 정시가 되면 시계탑 상층부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창문이 열리고 종소리와 함께 12명의 사도제자 인형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는 ‘사도들의 행진’이 30초간 진행된다. 닭 울음소리로 행진은 끝을 알리지만 관광객들은 아쉬움과 허무감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한곤 한다.

1410년에 만들어진 이 천문시계는 프라하 대학의 수학교수 하누슈가 프라하시 의회의 요청으로 만들었는데 시계가 아름다워 그에게 똑같은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각국에서 쇄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똑같은 시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시 측은 하누슈 교수의 눈을 멀게 한다. 이후 하누슈 교수는 죽기 전에 자신이 만든 시계를 한 번만 보게 해 달라고 애원했고 시 의회는 그가 마지막으로 시계탑에 올가가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시계는 400년 동안 멈췄으며 벨기에 수학자에 의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프라하의 특산물 크리스털과 마리오네트 인형

구시가지 광장의 골목골목에는 프라하의 특산물인 크리스털 제품과 마리오네트(목각 줄인형)를 파는 자그마한 가게가 올망졸망 모여 있다. 

피노키오, 빗자루 탄 마녀 등 형형색색의 다양한 캐릭터 인형들이 관광객들의 시선과 발길을 붙잡는다. 줄을 이용해 인형의 양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잘만 배우면 가족이나 연인에게 멋진 공연을 선물할 수도 있다.

앙증맞은 동물 인형에서부터 액세서리, 와인잔 등 다양한 종류의 보헤미아산 크리스털 제품도 선물 목록 1순위로 꼽힌다.

#음악에 젖은 도시

프라하 시내를 거닐면 자주 눈에 띄는 건축물 중 하나가 연주홀이다. 인구 150만명인 도시에 대형 전문 음악홀만 7개가 있을 정도로 체코 국민들의 음악 사랑은 남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음악홀은 구시가지 화약탑 옆에 위치한 시민회관 스메타나 홀.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음악축제의 서막이 오르는 곳이다.

1946년부터 시작된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는 체코가 낳은 위대한 민족 음악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서거일인 5월 12일부터 6월 초까지 3주간 계속된다. 1968년 ‘프라하의 봄’ 혁명이나 1989년 ‘벨벳 혁명’ 등 정치적 격동 속에서도 음악제는 계속 열려 체코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3주 동안 체코 필하모니를 비롯해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교향곡, 실내악 연주 등 다양한 콘서트와 오페라를 선보인다.

이 기간 전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2월 말부터 시작되는 예약기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5월 12일 초연의 경우 의전용인 A석을 제외한 B, C석 가격이 250만∼5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체코 필하모니의 주무대이며 이미 로스트로포비치나 장영주를 포함한 수많은 거장과 음악 천재들이 거쳐간 루돌피눔(드보르자크 홀)과 모차르트가 오페라 ‘돈 조바니’를 초연했던 에스타테스 극장도 체코의 자랑거리다.

프라하(체코)=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 여행정보=대한항공이 매주 월, 목, 토요일 오후 2시20분에 인천∼프라하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 소요시간은 11시간35분.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가 열리는 5∼6월에 관광객이 가장 붐빈다. 체코 화폐인 코루나(kc)는 한국에서 환전이 안 되기 때문에 유럽에서 유로화나 파운드화로 바꿔 구입해야 한다. 일반 상점은 대부분 유로화가 통용되지만 재래시장 등에서는 현지화만 받는다. 관광객이 급증하고 상업자본이 대거 진출하면서 최근 체코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맥도널드의 빅맥 세트가 6.99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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