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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계절Ⅱ] 가을은 왜 ‘독서의 계절’일까?

입력 : 2008-09-21 09:54:51 수정 : 2008-09-21 09: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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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과연 ‘독서의 계절’일까?  이같은 원초적 궁금증이 생길 만한 이유가 있다. 가을은 통념과 달리 1년 중 책이 가장 안팔리는 계절이다. 한마디로 가을은 ‘이름값’을 못하는 계절이다. 책 판매량만 놓고 보면 의외로 여름이 독서의 계절이다. 여름철 책 판매량은 다른 계절보다 15% 가량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책을 안읽는 계절인 가을은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독서의 계절이 됐을까.    

출판업계에 따르면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 규정된 것은 농경문화의 관습에서 유래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흔히 가을에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쓰이는 사자성어인 ‘등화가친(燈火可親)’은 그런 관습을 담은 대표적 사례라는 설명이다. 등화가친은 중국 당나라의 대문호인 한유가 아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지은 시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에 등장하는 한 구절인데, 한 해 농사를 마쳐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을의 넉넉함 덕분에 마음을 쌀 찌울 수 있는 여건도 만들지기 때문에 이처럼 독서의 계절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상적 요인 역시 ‘가을=독서의 계절’로 규정된 이유로 꼽힌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통상 가을 날씨는 기온이 18∼20도 사이고 습도는 40∼60% 정도로 쾌적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며 “특히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더 많이 전달돼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등 여러가지 자연적 조건이 독서를 통한 사색과 명상을 유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근대 이전에 독서를 할 수 있었던 인구가 극히 한정돼 있었음을 감안할 때 가을과 독서를 연관짓는 행위는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엔 1920년대 일제 문화통치기에 시작된 독서 운동을 직접적 기원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06년 9월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 실린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가’라는 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가을과 독서를 연관짓는 문장은 1920년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처음 등장했다. 특히 1925년 10월 30일자 ‘조선일보’에는 ‘경성도서관에서 본 최근의 독서방향’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기사는 첫머리에 ‘독서계절을 당하야’라고 써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정의했고, ‘도서관주간’을 맞아 경성부립도서관과 조선총독부도서관이 무료공개 행사를 한다는 내용의 기사도 실려있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당시는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문을 연 해로 일제가 무단통치를 끝내고 문화통치를 표방했던 시기에 총독부도서관의 설립은 일제 문화통치의 일환으로 평가되는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출판되는 책들 거의가 다 일본어 서적인 상황에서 독서는 조선인을 일본말과 일본문화에 동화시키기 좋은 문화적 도구였던 셈이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생리적학 관점에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 규정될 만한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의학계 설명에 따르면 우리 몸은 계절 변화에 따라 신경호르몬에 변화가 생기는데, 특히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도 함께 줄어들어 다른 계절보다 좀 더 사색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건강의료포털 ‘코메디닷컴’의 이성주 대표는 “일조량이 풍부한 봄·여름의 경우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져서 생식 능력 등이 높아지는 반면 가을은 호르몬 분비가 줄기 때문에 고독함을 느끼면서 차분해 지는 시기다”며 “가을은 독서에 전념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만들어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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