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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불화한 천재 舞姬, 최승희의 굴곡진 삶 그려

입력 : 2008-08-01 21:26:46 수정 : 2008-08-01 21: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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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선우 첫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
◇첫 장편소설을 펴낸 김선우 시인은 “소설에 도전한 것, 최승희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 모두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김선우(38) 시인이 생애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썼다.

장편 ‘나는 춤이다’(실천문학사)에는 시대를 앞서간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굴곡진 삶이 담겼다. 열정적이면서 차갑고, 오만하면서도 유약하고, 대담하다가도 쉽게 상처받는 무용가의 내면을 시인의 감성으로 정확하게 집어냈다. 시인이 “최승희의 혼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빙의(憑依·영혼이 옮겨 붙음)를 겪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소설은 일제 식민지 시절, 당대 최고의 무희 최승희가 세계 순회 공연을 한 뒤 북한으로 돌아가는 동선을 따른다.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에게서 무용을 배운 그는 걸출한 실력으로 명성을 얻는다. 광복 을 맞으며 친일 무용가라는 굴레를 썼고, 이후 남편 안막을 따라 월북했다.

역사적 사실은 가공하지 않되, 허구의 주변인물을 내세워 최승희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한다. 21세기의 감각으로 20세기를 살아야 했던 천재의 불우, 시대와 불화한 여자의 예민함, 모순적 감정 등이 서사의 힘으로 표현된다.

시인은 “뜨거운 동시에 싸늘한 최승희의 면모는 내가 취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면서 “그의 내면적 모순에 위로를 받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소설 집필 이전에 시인은 최승희에 관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3년 전 한 영화사의 제안으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는 자신의 열망이 소설에 가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에게 장편은 응축된 시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세계를 담는 유용한 도구였다. 단편은 시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굳이 도전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김 시인은 앞으로 시작(詩作)과 소설 집필을 병행할 예정이다.

“장편소설 세 편을 더 구상하고 있어요. 이번 소설과 다른 빛깔을 지닌 뭉텅이들이 이미 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실존인물이나 역사적 사실에 기대지 않은 완전한 픽션의 세계가 될 거예요.”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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