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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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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7-18 21:23:56 수정 : 2008-07-18 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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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는 어디로 가는가?/제롬 뱅데 지음/이선희·주재형 옮김/문학과지성사/2만5000원

당신은 틀림없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타인과 논쟁을 벌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 생각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아마도 처음에는 객관적 사실에 호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대개의 경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엇이 사실인가에 대한 합의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이란 가치에 의해서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와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 다른 가치는 다른 사실을 낳고 이는 다시 다른 해석과 다른 처방을 내놓는다.

그러니 문제는, 여전히 ‘가치’이다. 예전에 우리는 하나의 가치 아래 살았다. 동양에서 유교가 그러했고 서양에서 기독교가 그러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번에 걸친 가치관의 혁명을 겪으면서 우리는 이제 가치의 다원성을 신봉하게 되었다. 가치의 다원주의는 개인과 사회의 차원에서 모두 칭송되고 장려되었다. 그러나 결국 이는 결과적으로 가치의 쇠퇴 혹은 소멸을 가져왔다. 가치가 이렇듯 많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허구가 아닌가? 어차피 전통적 가치들로 복귀할 수 없다면 이렇듯 다양한 가치들 속에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제롬 뱅데 지음/이선희·주재형 옮김/문학과지성사/2만5000원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는 바로 이 질문에 집중한다. 유네스코(미래전망 분과와 인문 및 철학 분과)는 자크 데리다, 장 보드리야르, 폴 리쾨르, 줄리아 크리스테바 등 세계의 사상계를 지배하는 49명의 석학들을 불러 모았고, 이들은 가치의 미래에 대한 짧고 단단한 글들을 써냈다. 이들은 세계화, 여성, 과학, 기술, 경제, 문화, 교육, 환경, 개발, 의학 등 다양한 주제들과의 연관 속에서 가치의 본성에 대한 귀중한 성찰들을 보여준다. 다양한 입장들이 표명되어 있지만, 이들은 모두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주의는 불가능한 기획이라는 것, 세계화로 표현되는 이 시대는 가치에 대한 더 많은 숙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이 숙고에 의해서 좌우될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한다.

인간은 가치를 이해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이는 인간은 음악을 이해하는, 미술을 이해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인간에게 가치는 생존의 조건이다. 가치의 붕괴는 인간의 붕괴이다.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은 곧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의미한다. 가치의 미래는 인간의 미래이다.

김수영 문학과지성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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