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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관한 오해와 환상을 깨다

입력 : 2008-07-18 21:23:40 수정 : 2008-07-18 21: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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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G. 마치 지음/박완규 옮김/이다미디어/1만3500원
문학에서 배우는 리더의 통찰력/제임스 G. 마치 지음/박완규 옮김/이다미디어/1만3500원

리더는 계략과 술수에 능한 교활한 전문가로서 속임수를 쓰고 숨기는 게 많은 사람인가? 아니면 영리한 사람들의 소모적인 분규를 해결하는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인가? 리더는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의지를 가진 천재들인가? 아니면 기존의 정설을 뒤집고 이단적인 생각을 고집하는 광인들인가? 첫 장부터 저자는 상당히 파격적인 질문들을 던지면서 리더십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다.

‘문학에서 배우는 리더의 통찰력―인간과 조직의 본질을 꿰뚫는 힘’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 혹은 리더십에 관한 책들과는 접근 방법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대부분의 리더십 관련 책들은 현대판 위인전에 가깝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잭 웰치, 워런 버핏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리더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라. 그들에 관한 글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창출한 리더의 위대함과 뛰어난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저자는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리더는 이래야 한다. 리더십은 이런 것이다’라는 식의 단정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보다는, 서로 모순되는 개념들을 부각시켜 독자들이 갖고 있는 리더십에 관한 오해나 환상을 여지없이 깨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진 문학작품인 오셀로, 잔 다르크, 전쟁과 평화, 돈키호테 등을 인용하면서 리더십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실제 역사 속의 인물이기도 한 잔 다르크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프랑스와 영국 간의 백년전쟁 막바지, 잔 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고 위기에 처한 프랑스를 영국으로부터 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프랑스 왕과 그 측근들의 질시를 받아 전투 도중 영국군에 넘겨졌고, 결국 종교재판에서 마녀로 낙인 찍혀 이단 선고를 받고 화형을 당하게 된다. 저자는 잔 다르크 이야기를 통해 혁신적인 비전을 가진 천재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리더는 항상 조직의 안정과 변화의 갈림길에서 고뇌하게 된다. 과거의 성공으로 입증된 기존 방법은 믿을 만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지만, 새로운 대안을 찾거나 실행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 반면에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시켜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실패할 위험도 따르기 마련이다. 과연 조직은 어떤 유형의 리더를 선택하겠는가? 놀랍게도 대부분의 조직은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가 아니면 새로운 방법, 즉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 백년전쟁에서 패배 위기에 처한 프랑스가 농부의 딸 잔 다르크를 리더로 받아들였지만, 위기를 넘기자 오히려 그녀를 이단자로 몰아붙였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리더라면 조직의 안정과 변화, 통일성과 다양성, 효율성과 창조성 사이의 긴장을 최소화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이 매우 중요한 셈이다.

리더를 영웅과 동일시하고, 리더십을 단순히 냉혹하게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이해했던 독자라면, 이 책이 던지는 인본주의적 메시지가 거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리더는 행동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된다. 괴짜의 대명사로 알려진 돈키호테가 오히려 모범적인 리더로 설명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찾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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