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유럽의 중심지에 위치해 오랜 세월 찬란한 예술을 꽃 피운 나라 오스트리아. 거리 어디에서나 모차르트의 경쾌하고 낭만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중세와 근세를 거치며 완성된 뛰어난 양식의 건축물들이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오스트리아를 떠올리게 된다. 최근 국내에서 직항편이 생겨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다녀올 수도 있게 됐다.
오스트리아가 2700년의 역사를 가진 와인 생산 국가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스트리아 와인의 역사는 도시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화려하다. 오늘날 빈은 대도시로는 유일하게 와인 생산지로 세계에 이름을 떨치며 자체의 와인 양조원을 이루고 있다.
동쪽은 넓은 평야 지역은 도나우 강의 영향으로 찬 밤 공기와 따뜻한 낮 공기가 어우러지는 섬세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어 와인 생산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일조량이 많아 포도 생산지로는 최상의 조건이다. 드넓게 펼쳐진 포도 농장은 한폭의 그림을 옮겨놓은 듯하다.
와인 전문가들은 아직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오스트리아 와인에 대해 “오스트리아인들에게 와인은 곧 김치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김치처럼 그리고 독일의 맥주처럼 언제나 그들의 식탁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랜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며 그들의 생활에 음식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오스트리아 와인은 어떤 와인보다 섬세하고 음악적이다. 신선하고 가벼운 스타일부터 강하고 묵직한 스타일까지 다양하며 포도의 당도는 높고 산은 낮아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낸다.
특히 오스트리아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부르겐란트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을 한 포도로 만든 '아인스 와인'이 유명하다. 당도가 높고 진하며 여름에 차게 마시는 것이 비결이다. 경쾌하고 낭만적인 오스트리아의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다.
다양성과 개인성은 오스트리아 와인의 상징이다. 연간 250만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약 20여 종류의 포도를 기본으로 한다. 유일하고 독창적인 와인을 만드는데 그 목표를 두고서 정통 포도 품종을 지켜왔으며 각 종류의 특성을 고려하여 양조하고 있다. 약 4만개의 생산업체들이 있는데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소규모 경영이 일반적이다.
1985년부터 와인 등급을 도입, 포도 당도에 따라 총 9등급으로 나뉘어 구분한다. 2년에 한번씩 빈에서 개최되는 ‘와인 엑스포’에서는 오스트리아 와인을 소개하며 각 종류와 품질을 평가한다. 올해 출품된 브랜드는 총 178개. 일반적인 도수는 0.0∼1.5 정도인데 반해 당도는 0.0부터 346.0까지 천차만별이다. 와인의 당도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의 와인 마케팅 보드(AWMB) 관계자는 “포도가 낮은 지대에서 자랄수록 당도가 높고, 지대가 높은 곳에서 자랄 수록 농도가 낮다. 같은 종의 포도일지라도 고산 지대에 자라느냐 평지에 자라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는 세계 와인 생산의 1%만을 차지할 뿐이지만 그만큼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생산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생산량의 70~80%가 내수용이었지만 1990년대부터 와인 생산지를 크게 분류하여 하나의 브랜드화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와인 애호가들의 관광행보가 끊이지 않고, 특별히 이들을 위한 관광코스도 발달됐다. 튼튼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와인 양조를 세계 수요에 맞추게 된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총 생산량의 70%가 화이트 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은 화이트 와인 품종인 그뤼너 벨트리너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진 품종으로 오스트리아의 전체 와인 중 30% 이상이 이 품종으로 생산된다. 은은한 복숭아 향과 더불어 후추와 같은 스파이시함도 느껴져 달콤하면서도 드라이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의 와인 소비가 대표적인 국민 술인 소주의 매출을 올라서면서 와인은 점차 술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칠레, 호주 등 제 3세계의 와인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와인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오스트리아 와인 또한 이러한 흐름을 타 음식과 함께 하기 좋은 신선하고 깨끗한 스타일이 많아 한국 요리의 풍미와 매우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햇와인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와인은 오래 숙성돼 깊은 맛을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상큼하며 풋풋한 느낌이 가득한 햇와인 또한 별미다.
특히 빈에는 햇와인을 마실 수 있는 '호이리겐'(Heurigen)이 유명하다. 호이리겐은 빈의 서민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일종의 선술집으로 어원은 '올해의'라는 뜻인 호이리크(heurg)이며 '그 해 수확한 햇와인'을 의미한다. 18세기 요셉2세 시대에 크고 작은 전쟁으로 인해 와인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자 세금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와인 생산자들에게직접 만든 와인을 함께 팔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오랜 역사를 그대로 유지하며 포도 농장의 주인들은 직접 만든 신선한 와인과 함께 소시지, 치즈, 고기류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 대부분 빈 외곽의 포도 농장에 밀집돼 있는데 아담하고 예쁜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올해 생산된 햇와인이 있다는 표시로 문 앞에 소나무 가지를 걸어 놓는다. 호이리겐은 보통 3월부터 11월까지 열리며 가격이 매우 저렴해 해외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들리는 곳이다.
유명한 곳으로는 마이어(Meyer)가 있다. 빈 도시 구역 내에 20헥타르에 이르는 포도원을 갖추고 있는 마이어 와인은 10년 전부터 자연적인 포도재배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유기농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양조원이 있는 낭만적인 소광장은 1817년 베토벤이 살던 곳이라 더 유명하다.
/ 빈=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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