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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의 冊갈피]스캔들 마케팅-‘어린왕자’ 파동을 지켜보며

입력 : 2008-05-02 21:13:47 수정 : 2008-05-02 21: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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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호아킴 데 포사다의 한국어판 ‘마시멜로 이야기’가 대리번역 혹은 이중번역 논란에 휩싸여 큰 파동을 겪었다. 출판사는 곧 망할 것 같았고, 대리번역자로 지목된 한 유명인은 1년여 현직을 떠나 있어야 할 정도로 큰 시련을 겪었다. 

발빠른 한 변호사는 모임을 만들어 출판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후 사건은 잠잠해졌고, 책은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오르내리며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물론 소송도 “대리번역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책자에 초벌번역자를 표기하지 않은 것이 상거래상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1년 후 다시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 기네스북에 오른 베스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 저자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이 함께 엮은 ‘내 인생에서 놓쳐선 안 될 1% 행운’ 역시 이중번역 논란에 휩쓸려 혼쭐이 났다. 연일 터지는 언론 보도로 출판사 사장은 급기야 몸저 눕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풀 꺾이긴 했지만 책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대리번역 논란과 책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에 독자들의 책 선택엔 전혀 부정적인 영향을 안 미쳤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니, 오히려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광고효과를 봐 더 잘 팔린 측면도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런 현상을 영업적 측면에선 ‘스캔들 마케팅’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십수년 전 한 무명 가수와 유명 변호사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 가수도 일약 유명 가수로 발돋움한 일이 있다. 당사자들은 오비이락이라고 항변하겠지만 제3자의 눈엔 스캔들 마케팅으로 보이는 걸 이찌하나.

최근 출판계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어린왕자’ 파동이다. 한 문구업체가 느닷없이 “‘어린왕자’에 사용된 삽화 2점과 제호 두 가지를 상표권으로 등록했으니 판매 중인 책은 모두 수거하고 상표권 사용 계약을 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 서점과 출판사는 물론 독자들도 대혼란에 빠졌다. “그럼 그동안 펴낸 ‘어린왕자’ 출판이 모두 불법이란 말이냐”고 흥분하는 업자부터 “돈에 눈먼 사술(詐術)”이라며 핏대 올리는 독자까지 반응은 한결같았다. 어쨌든 서점들은 ‘어린왕자’를 반품하거나 진열대에서 긴급 퇴출시켰다. 출판인들은 긴급 토론회까지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한 대형 출판사가 ‘어린왕자’를 새로 내며 ‘어린왕자 오리지널 삽화가 들어간 정식 한국어판’이라는 광고 문구를 새긴 띠지를 책에 부착했다. 불난 집 옆에서 물놀이하는 격이다.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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