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당신이 먹는 햄버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십니까?

입력 : 2008-01-11 20:33:55 수정 : 2008-01-11 20:33: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지음/조윤정 옮김/다른세상/2만5000원
◇영화 ‘슈퍼사이즈미’의 한 장면. 패스트푸드는 대부분 옥수수가 주원료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마이클 폴란 지음/조윤정 옮김/다른세상/2만5000원

인간은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길수록 ‘미식(gourmet)’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미식가들은 끝없이 새로운 맛을 찾아다니고, 남들이 쉽게 먹을 수 없는 진귀한 음식을 먹고 만족해 하기도 한다. 이것은 모두 인간이 잡식동물이기에 주어진 축복이다. 
마이클 폴란 지음/조윤정 옮김/다른세상/2만5000원


그러나 잡식성 동물에게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위험하거나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먹을 수도 있다는 단점, 즉 ‘잡식동물의 딜레마’가 생긴다. 예를 들어 야생환경에 사는 쥐는 항상 새로운 음식물을 접할 때면 이것을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간은 사회생활을 해 오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공유하게 됐고,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났다. 아니 적어도 몇 백 년 동안은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산업화의 물결은 새로운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가져왔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알 길이 없다. 가공식품이나 합성식품은 물론, 원래의 모습을 갖고 있는 고기나 채소, 생선조차도 원래의 자연상태 그대로 재배됐다고 기대할 수 없다. 유전자조작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보통이고,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일도 흔하다. 소는 풀을 먹는 동물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소는 옥수수를 먹고 자란다.

지은이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실생활에서 옥수수는 그다지 중요한 음식재료가 아닌데, 미국에서 옥수수가 그렇게 많이 재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추적하던 지은이는 놀라운 사실을 접한다. 인간이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고는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패스트푸드나 냉동식품, 청량음료는 옥수수기름·옥수수전분·옥수수당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치킨너겟과 콜라를 먹는 사람은 실제로는 많은 양의 옥수수를 함께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옥수수는 세계인의 식생활을 지배하는 중요한 음식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다른 책의 지은이들처럼 음식에 대해 의학적·식품영양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잡식동물의 식습관은 ‘먹이사슬’에서 온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먹이사슬을 쫓는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내는 활동에 나선다. 몇 달에 걸쳐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옥수수밭에서 트랙터를 몰고, 유기농 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양계장에서 닭을 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사슬을 따라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척박한 땅에서 옥수수가 재배되고 그 옥수수는 사료·기름·당 등 여러 가지로 만들어져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에 들어간다. 소는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먹고, 그 배설물은 퇴비가 되며, 소를 잡고 난 후 내장 등 부산물은 다시 농장에서 재활용되며 일부는 사료에 섞여들어간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이 위험천만한 먹이사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일반 작물보다 몇 배 비싼 유기농의 진실은 무엇인가. 책은 해답보다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음식물은 좋고 어떤 음식물은 나쁘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지은이의 힘든 여정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에 대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마지막 장이다. 지은이는 손님을 초대해 ‘완벽한 식사’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야생 돼지를 사냥하고, 산에서 버섯을 따고, 염전에서 직접 소금을 채취해서 상을 차린다. 돼지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면서, 그리고 토할 정도로 쓴 천연소금을 맛보면서 저자는 몇 차례의 구역질을 겪는다. 이 구역질은 달고 부드러운 음식에 익숙해진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적응하는 과정이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이를 ‘슬로푸드(slow food)’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은이의 한 마디는 현대인에게 깊은 울림을 던진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란 없다. 단지 푸드(음식)일 뿐이다.” 잡식동물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잘 먹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연의 음식을 먹을 권리는 잡식동물에게도 있다. 현대인이 명심해야 할 과제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