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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신부에 의해 최초로 지어진 풍수원성당에 함박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에 자리한 풍수원성당은 가톨릭 신자라면 한번쯤 피정-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묵상과 자기성찰을 위한 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것-을 꿈꿨던 곳이다. 아니, 꼭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홍천에서 횡성으로 가는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이 성당을 보면 저절로 차를 세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풍수원성당은 한갓진 산골에 자리한다. 보통 번화한 도회지를 배경으로 성당이 들어서지만 이곳은 예외다. 고작해야 10여가구가 전부인 깊은 산골에 터잡고 있다. 그러나 이 성당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풍수원성당은 1888년 본당으로 승격된 후 춘천·화천·양구·홍천 등 12개 시군을 사목했다. 강원도 내륙의 이름난 도시의 성당이 모두 풍수원성당의 지도를 받았던 것이다. 풍수원성당이 위치한 이 깊은 산골을 가정하면 ‘엄청난 힘’이다.
지금의 성당은 르메르 신부의 후임으로 부임한 정규한 신부가 직접 설계했다. 1906년 착공해 이듬해 완공됐는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의 일이다. 성당을 지을 때는 인근에 사는 모든 신자들이 참가해 벽돌을 굽고, 미장을 했다.

매일 오전 10시면 미사가 열리는 성당의 내부도 단출하면서 정갈하다. 정면은 아치형 유리창에 스테인드글라스를 달았다. 오른쪽으로 난 창문에는 아침나절이면 따뜻한 햇살이 스며든다. 풍수원성당은 또 성당을 지을 때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성당 안에는 의자가 없다. 몸이 불편한 이들만 간이의자를 이용할 뿐, 아직도 대부분의 신자들은 마룻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본다.
성당 뒤편에는 구사제관이 있다. 이 건물은 풍수원성당보다 5년 늦은 1913년에 준공됐다. 원형이 남아 있는 벽돌조 사제관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 간소한 외관이지만 현관·창호·처마 주위의 벽돌쌓기 장식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풍수원성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십자가의 길’이다.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은 후 십자가에 매달리는 과정을 조각이나 그림으로 보여주는 ‘십자가의 길’은 어느 성당이나 있다. 그러나 풍수원성당은 조금 특별하다.
십자가의 길은 ‘묵주동산’이라 부르는 야트막한 산을 비스듬히 타고 오르게 돼 있다. 솔숲 사이로 난 계단길에는 고난에 찬 예수의 삶이 14개의 비석에 새겨져 있다. 그림은 오윤이나 김철수의 판화처럼 간결하면서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진다.
십자가의 길의 끝은 묵주동산이다. 만 가지에 설화를 피운 소나무가 빙 둘러친 광장은 깊고 그윽하다. 그 한쪽에 소나무를 빼닮은 십자가가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어깨 위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사방을 돌아봐도 오직 솔숲뿐인 이 공간의 침묵은 깊고도 깊다.
횡성=스포츠월드 글·사진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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