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박물관 다니며 글로 정리
중·고생에 초점 맞춰 이해 쉽게 써

“연대를 외우는 게 중요한 건 아니죠. 이야기를 알면 역사는 재밌습니다.”
경기 안산고등학교 3학년 강건우(사진)군의 대답이 제법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라는 것이다. ‘역사를 싫어한다’는 요즘의 10대답지 않은 ‘통찰’은 그가 최근 역사책을 냈다는 사실에 납득이 간다. ‘고려 사람들은 어떻게 싸웠을까’라는 제목으로 고려의 전쟁사를 나름의 시각으로 정리했다.
강군은 어렸을 적부터 역사를 매우 좋아하는 ‘특이한(?) 아이’였다고 한다. MBC의 ‘주몽’, 김진명의 ‘고구려’는 강군이 좋아하는 드라마와 책이다. 고구려사에 관심이 쏠려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취향이다. “대학에 가서는 고구려의 해양전쟁사를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책을 써보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해 5월쯤. 고려 무신정권기를 다룬 드라마 ‘무신’을 보면서 궁금한 게 많았다고. 이것저것 질문이 많은 강군에게 역사작가 박기현씨는 글로 정리해 볼 것을 권했다. 처음엔 문장·구성 모두 엉망이었다. 그래도 박씨의 주문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냈고, 유적지·박물관 등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글쓰기 초보자’라 서툴긴 하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까칠한 질문이 담겨 있다. ‘대몽항쟁의 와중에 고려는 왜 강화도로 수도를 옮겼을까’, ‘팔만대장경을 만들면 정말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등등. 책을 쓰면서 둘러본 유적지를 두고 따끔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유적지가 관리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고려 역사에 대한 푸대접이 고쳐졌으면 좋겠어요.”
안산=글·사진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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