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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의 건강쉼터] 의사도 단골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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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 저 병원 순례하며 진료받는 경우가 대부분
처음 만난 이름난 명의보다 꾸준히 치료받은 의사가 나아
필자는 같은 미용실을 계속 이용하지만 단골을 맺은 미용사가 아니면 머리를 잘 맡기지 않는 편이다. 나의 머리카락 상태를 잘 알지 못하는 미용사가 파마나 커트를 하면 며칠 안 가서 파마가 풀리거나 머리 스타일이 영 어울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가게주인도 단골 손님에게 좀 더 신경을 써서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단골을 정하면 필요한 서비스를 마음 놓고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위안뿐 아니라 여러 가지 덤을 얻게 된다.

그러면 의료라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어떤가?

가장 중요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데 단골을 찾기보다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면서 진료를 받기 일쑤이다. 처음 만난 의사이니 하는 말을 선뜻 신뢰하기 쉽지 않다. 자신의 건강문제가 걱정되어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의 처방이 믿기지 않으니 환자의 불안과 고민은 더 늘어간다. 고민 끝에 결국 믿을 만한 의사는 명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명의를 쫓아다닌다. 하지만 명의는 특정 분야에만 집중한 결과이니 환자의 다른 모든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반대로 어떤 의사가 보더라도 각종 혈액검사나 각종 장비로 검사만 하면 진단이 저절로 나온다고 잘못 생각하는 일도 있다. 간혹 환자에게 ‘어디 불편해서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면 “간기능 검사해주세요” 하고 스스로 처방한다. 흔히 간기능이 나쁘면 피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이 피로를 유발하기에 간기능 검사 하나만으로 피로의 원인을 밝힐 수 없다.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환자에게 ‘어디가 언제부터 어떻게 아팠는지’라고 자세히 묻고, 예전에 어떤 병을 앓았는지 다른 연관되는 증상은 없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검사는 전문가가 의심한 질병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런데 환자의 건강 상식에 따라 스스로 원하는 검사를 하고자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환자 스스로 고민할 내용만 많아진다.

심지어는 바빠서인지 검사는 다른 의사에게 처방받은 후 검사결과만 확인하겠다고 오는 외래환자도 있다. 하지만 검사결과만으로 처음 진찰한 의사가 의심한 병을 알 수 없는 사례도 많다. 다른 의사가 기록한 의무기록을 보면 안다고? 의사의 전문적 감으로 파악한 내용은 의무기록만 보고 완벽히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검사 결과만 다른 의사에게 듣는다면 환자만 손해를 보게 된다.

짧은 진료시간에 환자의 다양한 건강문제를 대신 고민하고 제대로 판단하려면 처음 만난 명의보다 환자를 잘 아는 의사이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정확히 환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건강 문제를 한 의사가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때도 역시 자신의 일처럼 고민해서 적절한 전문가를 추천할 단골의사가 필요하다.

명의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집이나 직장 가까이에 믿을 만한 단골의사 선생님을 둘 필요가 있다.

조정진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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