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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예술의 공생… 전등사에 가면 현대미술이 있다

입력 : 2012-11-06 18:15:01 수정 : 2012-11-06 18: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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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법당 ‘무설전’ 개관
인천광역시 강화도에 자리 잡은 전등사(주지 범우 스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 하나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지금의 전등사가 있는 곳에 절을 처음 세운 건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서기 381년이다. 오랫동안 ‘진종사’로 불리던 이 절은 고려 충렬왕 시절인 1282년 왕비가 경전과 옥으로 된 등을 하사한 뒤 ‘전등사’로 불리게 됐다. 전등사에 ‘무설전(無說殿)’이란 이름의 새로운 법당이 들어섰다. 5일 개관한 무설전은 기존의 불교 건축물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21세기 시대정신이 담긴 불사(佛事)”라고 강조하는 전등사 측으로부터 무설전의 특징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전등사 무설전의 석가모니불 좌상과 불화. 금색 대신 흰색 도료를 칠한 불상이 인상적이다. 불상 뒤 벽화는 서구식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렸다.
전등사 제공
먼저 법당의 중심인 불상 모습이 이채롭다. 몸에 비해 머리가 너무 커서 얼핏 ‘가분수’처럼 보이는 통상의 불상과 달리 인체의 비례를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청동주물에 금색을 입히는 대신 흰색 도료를 칠한 점도 눈길을 끈다.

무설전 관음보살상
불상을 만든 김영원(65) 홍익대 명예교수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의 제작자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평생 인간의 몸을 기본으로 작업을 해왔다”면서 “예배 대상으로서의 존엄미와 더불어 깨달음에 이르는 인도자로서 원만함과 장엄함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주불인 석가모니불 좌상 뒤의 불화는 서양화가인 오원배(59) 동국대 교수가 맡아 서구식 프레스코 기법을 활용해 그렸다. 프레스코 기법이란 회반죽으로 지은 벽이 마르기 전 아직 축축할 때 물에 녹인 안료로 벽화를 그리는 것을 뜻한다. 오 교수는 “프랑스 유학 시절 유럽 정통의 프레스코 기법을 배웠다”며 “국내 불교회화에서 프레스코 기법을 응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무설전 내부 인테리어는 공간 디자이너 이정교(50) 홍익대 교수가 담당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국내 여러 건축물에 참여했지만 사찰에서 작업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다른 법당과의 차별성을 위해 천장 공간의 연등 디자인부터 기둥과 벽면까지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소개했다.

무설전 입구에서 가까운 공간은 ‘서운갤러리’라는 이름의 현대미술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사찰 내부에 있지만 종교적 색채와 전혀 무관하게 현대 미술작가의 창작품을 전시한다. 전등사는 회주인 장윤 스님의 관심과 지원 아래 이만익·오경환·민정기·임옥상·서용선·이석주·황주리 화백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여럿 소장하고 있다.

미술평론가인 윤범모(61) 가천대 교수는 “무설전과 서운갤러리는 불교와 미술의 만남, 종교와 예술의 공존을 상징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함으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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