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독감이 1∼3월에 유행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러므로 항체가 생기는 기간과 예방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9월부터 10월 중순 사이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 등은 미리미리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감기는 평소처럼 걸릴 수 있다. 독감과 감기는 전혀 다른 병이기 때문이다. 독감접종을 하면 감기가 아니고 독감만 60∼90% 예방된다.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면서 감기보다 더 심하고 잘 낫지 않는다고 해서 ‘독감’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일반 감기는 주로 증상이 코에서부터 나타나지만 독감은 전신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정도도 심하다. 특히 독감은 38∼40도의 고열이 3∼5일 지속되면서 두통이 심하고 머리 앞과 눈 주위가 아프다. 마른 기침을 자주 하고 머리 뒤쪽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심하면 뇌와 간을 손상하는 라이 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반 감기는 대개 1주일 이내 합병증 없이 자연 치유되는 데 반해, 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유행성 독감은 증상이 심할 뿐 아니라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은 이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독감 예방주사는 1년간만 유효한 ‘시한부’ 예방주사다. 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잘 일으켜 이전에 맞은 예방주사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전선병원 호흡기내과 라동집 과장은 “장기적으로 심장 또는 폐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이나 소아, 65세 이상의 노인, 연령에 관계없이 신장질환, 빈혈, 천식 등을 앓고 있는 사람, 만성 폐질환이나 심부전증 환자는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6개월 미만의 영아 그리고 임신 초기인 사람과 열이 높은 사람 등은 독감 예방주사를 피해야 한다. 또 과거에 독감 예방접종 후 길리안 바레 증후군을 앓은 사람은 예방접종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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