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와 가족들의 삶을 조명한 연극 ‘나는 너다’가 17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앙코르 공연된다. 안 의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7월 초연됐던 ‘나는 너다’는 동양평화를 주창했던 영웅 안중근의 삶과 그 그늘 속에서 수난을 겪으며 살다간 안 의사의 둘째아들 안준생의 엇갈린 운명을 펼쳐낸다.
“나라가 망했으면 망한 대로 살면 되고 나쁜 놈 나서서 설치면 구경하면 되는 거지, 왜 집안을 망치고 자식을 망칩니까.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같은 원망어린 절규는 아버지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준생의 인간적인 고뇌가 담겨 있다. 준생은 친일파로 몰리며 역사로부터 배척당한 채 비참하게 객사하고 만다.
안 의사는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치졸한 마수는 준생에게 아버지의 영웅적 행동을 극악무도한 ‘살인’ 행위로 치부하게 만든다. 또 준생에게 이토 히로부미 아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도록 강요한다. 이런 준생에게 주위 사람들은 ‘배신자’, ‘변절자’라고 손가락질한다. 이때 이미 준생의 앞날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극은 ‘호랑이 같은 아비에 개 같은 아들’로 표현되는 호부견자(虎父犬子)의 비극을 통해 역사와 영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아버지와 아들을 1인 2역으로 설정해 엇갈린 운명의 두 인물의 내면 세계를 한 배우를 통해 표현한다.
1920년 ‘청산리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송일국이 초연에 이어 다시 안 의사와 준생을 오가는 1인 2역을 소화하며 한층 원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가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으로 나온다. 교훈적인 성격이 강한 역사극이 갖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첨단 입체 영상 기술인 ‘하이퍼 파사드’를 도입, 대형 배경 스크린에 뤼순 감옥과 하얼빈 거리 등 역사적 상징물들을 실감나게 묘사한 점이 단연 눈길을 끈다. 극작 정복근, 연출 윤석화. 출연 배해선, 한명구, 원근희, 정의갑, 최희영, 황성대, 조창우, 정태성 등. 6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2만∼6만원. (02)580-1300
글/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영상/김경호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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