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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 아닌 각의서 '사과'…민심 달래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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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9 19:22:15 수정 : 2014-04-30 1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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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4번째 고개 숙인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심각한 민심 이반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 사퇴 카드에도 성난 민심이 쉽게 달래지지 않고 있어서다.

◆4·29 사과 배경

이번 참사의 초동대응 미흡과 미숙한 수습, 일부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 등 정부의 무능에 대한 불신과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사과표명과 함께 정부 불신의 원인인 관료 사회를 개조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압박도 작용한 듯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정부의 미흡한 예방 조치와 사고 수습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고 공세를 펼쳤다. 여당 일각에서도 선거 참패론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안팎의 압박에 처한 박 대통령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단 사과 카드가 불가피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野·실종자 가족 반응

야당은 싸늘하게 반응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오늘이나마 박 대통령께서 사과의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국민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담담한 반응이지만, 늦어진 사과에 대한 비판적인 뉘앙스가 감지된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사과 아닌 사과”라고 비판했다.

사고 희생자 유가족 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스타디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0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라며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고 불만을 표했다. 대책회의는 “박 대통령은 오늘 분향소에서도 그냥 광고 찍으러 온 것 같았다. 진정한 대통령 모습이 아니다”며 “실천과 실행도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실내체육관 강당 앞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박 대통령의 사과 소식을 지켜봤다. 때 늦은 사과라는 비판도 간간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화면을 멍하니 응시할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실종자 가족은 대통령 사과에 대한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발길을 돌렸다. 체육관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던 실종자 가족들은 ‘엎드려 절받기’라고 개탄했다. 팽목항의 한 실종자 가족은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처럼 얘기하더니… 사과 참 빨리도 한다”고 소리쳤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관료사회 적폐 척결 등을 통한 국가 개조 수준의 대대적 쇄신을 예고했다.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로 내려가 회의에 불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심 향배는


이날 박 대통령의 사과로 사과 자체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과 여론, 야당의 주장을 박 대통령이 어쨌든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식에 대한 시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론의 향배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분노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 사과 한 번으로 들끓는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공직혁신, 국가 개조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사고로 불거진 고질적인 문제들을 비교적 잘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런 대책들을 향후 어떻게 구체화해 호응을 받느냐는 것이 여론의 향배를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의 사과는 출발이자 기본이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피해자 유족과 공감할 때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며 “이번 사과를 계기로 효과적인 대응책과 개혁을 계속 추진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상훈·이우승, 진도=이보람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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