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편완식이 만난 사람] 6월 1일 독주회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서민정

관련이슈 편완식이 만난 사람

입력 :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바이올린 연습은 나만의 소리 찾아가는 구도의 길”
예고 2학년 때 영재로 뽑혀 연주 길
독일 하노버음대 최우수성적 졸업
‘이프라니만콩쿠르’ 우승 등 두각
음질 밝고 화려… 매일 새벽까지 연습
“한국 학생들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자기를 만들어 가는 창조성은 부족”
온몸이 몸살을 앓듯 아프다. 말 그대로 초죽음 상태다. 하지만 어쩌랴. 바이올린 연주자의 숙명인 것을. 이불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어 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슬러 아침을 맞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다. 이런저런 나름의 몸 풀기를 시도해 보지만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시간은 벌써 흘러 오후가 됐다. 그제야 몸이 겨우 깨어나기 시작한다. 다시 바이올린을 잡는다. 활에 힘을 가하니 현이 화답하듯 압력이 감지된다. 이내 활의 속도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시간은 새벽으로 달려간다. 바이올린 연주가 서민정(33)씨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바이올린 연주는 몸에 가장 부담을 주는 자세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민하는 것이 하나 있다. 순발력과 파워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원숙한 기량이나 곡 해석도 순발력과 파워가 뒷받침해줘야 빛을 발하게 된다. 서울예고 2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로 선발돼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는 서씨가 요즘도 고강도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다. 그가 대기만성형 연주자로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바이올린은 활을 통해 현에 가해지는 압력과 속도를 이용해 다양한 색깔을 내는 현악기입니다. 비브라토(떨림 기법)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며 사람의 음역대를 뛰어넘는 초고음까지도 낼 수 있기 때문에 ‘악마의 소리’라고도 하지요. 화려하면서도 반짝거려 혼자서도 빛이 나는 몇 안 되는 악기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따뜻한 저음도 갖고 있어 음역의 극과 극을 오가며 연주가 가능합니다.”

센 고음을 리드하는 화려한 악기이면서 현의 텐션을 이용해 긴장감 넘치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바이올린은 연주자에겐 가혹한 존재다.

“연주 자세가 정말 불편해요. 인체에 좋지 않은 자세죠. 대여섯 시간 연습을 하고 나면 몸이 경직됩니다. 그리고 바로 왼쪽 귀로 고음을 자주 듣다 보니 청력도 나빠지고 성격도 예민해집니다.”

그는 예고 시절 영재에 선발되면서 오히려 ‘평범함’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영재에 선발되면서 친구들과 멀어졌습니다. 무수한 경연에 내몰리면서 10년의 세월을 보냈지요.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면서 평범함에 대한 콤플렉스, 일종의 ‘역콤플렉스’가 생겼어요.”

그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연주자로서의 나이 듦’이다. “30대에 걸맞은 내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지요.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적인 면이나 순발력적인 면에서 저하가 되지요. 그럴수록 연륜이 묻어나는 자신만의 소리를 낼 수 있는가, 내 소리가 무르익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는 테크닉이나 순발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하게 연습을 한다. “바이올린을 든 수행자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만의 무르익은 소리와 다양한 색깔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지요.”

오케스트라 악장을 여러 번 맡았던 그는 최근 들어서야 모든 걸 다 리드한다고 해서 ‘리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앙상블을 이루면서 물 흐르듯 흘려야 하고, 거스르는 것들에 마음을 열었을 때 리드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독일 하노버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성적 졸업자이자 이프라니만국제콩쿠르 우승 등 수많은 콩쿠르에서 두각을 보인 그에게 우리의 음악교육에 대해 물었다.

“한국 학생들은 감수성과 음악성, 그리고 철저한 테크닉이나 기능면에서 훌륭합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이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있지요. 한국 연주자를 세계에 알리는 데는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지요. 문제는 그 이후지요. 저를 비롯해 화성분석 등 이론적인 부분이 어려서부터 병행이 됐다면 더 스마트한 연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주라는 기능적인 면에 집중하다 보니, 자기가 자기를 만들어가는 창조하는 능력이 부족하게 되지요.”

창조적인 음악가가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곡이 주어졌을 때 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연주로 소화해 낼까. “먼저 전체 악보를 보고 머리로 분석하고 생각을 하죠. 그리고 템포를 생각해요. 나는 어떤 템포를 취할 것인가? 템포에 따라 기분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그 다음엔 어딜 버리고 어딜 터뜨릴 것인가 선택을 합니다. 예전엔 무조건 다 채우려고만 했어요.”

그는 연주회장에서 이 모든 생각마저도 비운다고 했다. “복잡한 생각, 욕심을 다 내려놓고 몰입을 해야 곡이 지루해지지 않아요. 잡생각이 많으면 관객이 금세 알아차립니다.”

그도 처음엔 집중이 늦어서 오프닝 곡을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낸 일이 많다. 리허설을 망쳐야 본 공연이 잘 되는 징크스가 있다. 리허설에서 확 실수를 해버리면 본 공연은 왠지 편하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허설에서 다 쏟아버리면 본 공연이 심심해진다는 얘기다. “연주는 ‘양심’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연습량이 적든 많든 찔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1730년 베니스에서 만들어진 몬타니아나 바이올린을 연주용으로 쓰고 있는 서민정씨. 화려하고 밝은 음질이 자신의 연주 색깔과 닮아 선택했다고 한다.
그의 연주는 밝고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극이나 고난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뭐가 되었든 끝은 긍정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것을 선호한다. 그가 말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러는 심포니를 많이 했기 때문에 지휘자에 따라서 좌우되는 곡이 많지요. 굉장히 인간적이면서 혼란스럽기까지 해요. 그러나 결론은 엉키고 엉킨 실타래가 다 풀리는 듯한, 인간의 삶과 같은 곡을 만든 작곡가죠.”

그는 음악가로서의 말러를, 사람은 작지만 그 안에는 큰 세계를 품고 있는 사람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말 소심한 사람 같다고 덧붙였다. 클래식 곡을 연주하는 데 애로사항도 있다. 쓰는 언어가 음악의 색깔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이 아리랑을 부르면 이상해 보이는 것과 같이 한국인은 왈츠의 리듬을 제대로 탈 수가 없다고.

그는 지난해 독주회 땐 슈베르트 곡을 탐구했다. 슈베르트는 연주자를 생각지 않는 작곡가로 유명하다.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건 사람 목소리에 가까운 소리라는 것을 충실히 따랐다. 연주자들에겐 고역이 됐다. “슈베르트는 작곡을 할 때 성악에 기초해서 작곡을 했어요. 그래서 연주하기는 어렵지만 소리는 매우 아름다운 거죠. 잔잔한 호수에 백조가 멋있게 떠가지만 그 아래론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는 것과 같은 거죠.”

그는 6월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이올린 독주회를 갖는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을 모두 모은 자리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에겐 교과서 같은 곡들이다.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했던 곡들이기 때문에 밑천을 들키는 위험을 감수해야죠. 그만큼 어렵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젠 콩쿠르 참여 학생이 아닌 연주자로서 자유롭게 연주해 보고 싶어요.”

그에게 향후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 가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앙코르 곡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타이스의 명상곡을 즉석 연주로 들려주었다. 수도사가 향락에 빠진 무희 타이스를 회개시켜 주님 앞으로 인도하려 했지만, 도리어 자신이 타이스의 아름다움에 매혹된다는 오페라 ‘타이스’ 간주곡이 아닌가. 수도사가 무희에 빠지듯 그가 연주하는 서정적인 선율에 빨려들어갔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붉은 티셔츠 응원룩
  • 권은비, 붉은 티셔츠 응원룩
  • 송혜교, 인형 같은 미모
  • 제니, 개미 허리 드러낸 파격 무대의상
  • 신민아, 보석보다 빛나는 비주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