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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전환기 맞은 美 공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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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24 22:56:56 수정 : 2013-03-24 22: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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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탓 예산 대폭 줄어
교직원 봉급은 되레 올라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는 미국 공립대학이 중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경기 부진과 정부 예산 부족 사태로 지원금이 대폭 줄고 있어서다. 공립대학은 등록금을 천정부지로 올리면서 강좌 폐지, 교직원 감원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처럼 운영되는 ‘영리 대학’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명문 사립대가 무료로 대학강좌를 온라인으로 개방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공립대학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본다.

◆정부 지원금 급감, 등록금은 급증

미국에서 공립대학은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한다. 대학 연구개발에 있어서는 60%가량을 점한다. 미 공립대학이 주 정부와 지방 정부의 지원 예산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 2011년 공립대학의 학생 1인당 정부 지원금은 6290달러(약 700만원)이다. 1986년의 8025달러에 비해 많이 준 것으로 2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2008∼2012년 정부의 공립대학 지원금은 15%가량 줄어 725억달러에 그쳤다고 미 의회 전문지 CQ 리서처 최신호가 보도했다.

공립대학마다 정부 지원금 감소 폭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에서 버클리대학과 함께 양대 명문 공립대학이라는 평가를 받는 버지니아대학(UVA)의 정부 지원금은 지난 4년 사이에 22% 줄었다. 뉴햄프셔주립대학은 2011∼2012년 정부 지원금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루이지애나 주 정부도 루이지애나주립대학 지원금을 2009년 이후 43%가량 줄였다. 플로리다주립대도 2009년 이후 주 정부 지원금이 29%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공립대학은 정부 지원금이 줄자 매년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10년간 거주지 주민 학생 기준으로 4년제 공립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5.6%에 그쳤다. 그러나 2011년 인상률이 8.3%에 달했다고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밝혔다.

등록금이 치솟으면 대학생의 빚이 늘 수밖에 없다. 미국 대학생과 대졸자의 등록금 빚 총액은 1조달러를 넘었다. 신용 카드 빚보다 많은 액수다. 학생뿐 아니라 대학 당국의 빚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01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공립대학의 빚은 88%가 늘어 3070억달러에 달했다고 CQ 리서처는 전했다.

◆대학 교직원 봉급은 ‘모럴 해저드’

공립대학 당국과 학생은 빚더미에 눌려 있으나 교수 등 교직원 봉급은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퀸스대학의 앤드류 해커 정치학과 교수는 “메릴랜드대학의 정교수 평균 연봉이 14만2600달러, 뉴저지공대의 정교수 평균 연봉이 16만6000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시간대 정교수 평균 연봉도 14만8000달러가량으로 집계됐다. 미국 공립대학 정교수가 되면 1억5000만∼2억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2011·2012년 학기에 대학 교직원 봉급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1.2% 줄었다고 대학교수협회가 밝혔다.

미국 대학 총장 봉급은 2010·2011년 학기에 평균 3%가 올랐다. 미국 공립대학 총장의 연봉 평균은 42만1395달러로 집계됐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총장 연봉은 2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 공립대학은 최근까지 교직원 봉급을 파격적으로 올리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시간주 주립대학들은 2005∼2010년 교직원 봉급을 평균 30%가량 올렸고, 성과급을 22% 안팎 인상했으며 교직원 숫자를 19% 정도 늘렸다. 하지만 이 기간 정부의 대학 지원금은 늘지 않았다.

문제는 대학 운영 예산의 약 3분의 1이 교직원 봉급이라는 점이다. 대학 당국은 유능한 교수를 유치하려면 연봉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 당국과 학생의 빚이 늘어가므로 교직원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산위기 맞은 대학 속출

보스턴에 있는 컨설팅업체 베인 앤드 컴퍼니가 미국의 1700개 공립대학을 대상으로 경영 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약 3분의 1가량의 대학이 현재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약 28%의 대학은 곧 재정난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공립대학 50% 이상이 심각한 재정난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공립대학이 그동안 새 건물을 짓고, 새 시설을 도입하며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외형 불리기 일변도의 전략에 매달렸으나 이제 더 이상 그 모델을 추구할 수 없게 됐다.

일부 공립대학 등록 학생 숫자도 매년 줄고 있다.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간판 주립대학의 학생 등록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공립대학, 커뮤니티 칼리지 등의 학생 등록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오하이오 전체 주립대학 등록 학생 수가 평균 5.9%가 줄었고, 이 주의 일부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 학생 수는 20% 이상 감소했다.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의 일부 공립대학 학생 수도 줄고 있다. 인구감소 등으로 지난해에 등록 학생이 준 대학이 40%를 넘었다.

미국의 공립대학이 망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핵심적인 이유가 외국인 유학생이 미국 학생보다 많은 등록금을 내면서 미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공립과 사립 대학을 포함해 2011·2012년 학기 외국인 등록 대학생은 76만4495명이라고 국제교육원(IIE)이 밝혔다. 이 중에서 중국이 19만4029명(25.4%)으로 가장 많았고, 2위는 인도 10만270명(13.1%), 3위는 한국 7만2295명(9.5%)이었다.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4년 전만 해도 9955명에 불과했다. 미국 대학생 총 숫자는 1450만명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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