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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선원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시간에 열리는 ‘토요참선법회’는 도시 직장인은 물론 선원장 스님, 앳된 얼굴의 학인 스님들까지 동참해 구도 정진에 나서는 순도 높은 참선 모임이다. 송원영 기자 |
지난 6일 토요일 오후 7시, 해가 기울 무렵 사람들이 모여들어 조용히 가부좌를 틀기 시작했다. 상도선원 토요 참선법회의 이색적 풍경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젊은 비구·비구니 스님들의 행렬이었다. 미산 스님이 교수로 재직 중인 중앙승가대의 학인 스님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참선 수행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선원장 스님을 비롯해, 학인 스님 8명, 그리고 수십 명의 일반인 참선 수행자들이 나란히 뒤섞여 시작한 구도 정진은 그 순도와 밀도가 높았다.
참선법회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애플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를 동원해 소참법문(小參法門·수시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는 법문)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미산 스님은 이날 ‘신심명(信心銘)’의 강좌로 참선의 길을 열었다. “지순한 도는 어렵지 않으나 간택함 때문에 멀어지나니, 증오함과 애착함만 없으면 분명히 밝게 드러나리라… 도가 지금 여기에 드러나게 하려면 순탄함과 어려움에 관여치 말지니”라는 구절을 소개한 스님은 ‘신심명’ 속의 중도 사상을 늘 염두에 두고 자기 수행을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수행하면서도 순경계와 역경계가 부딪치는데, 순경계가 오면 지속되기를 바라는 욕구가 생기고 역경계가 오면 저항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머무르거나 집착하게 되면 진전이 안 됩니다. 간화선 수행자들 중 많은 사람이 수행하기 전보다 화가 더 잘 난다고들 합니다. 공부하면서 각성능력이 커진 탓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내가 수행을 했는데 왜 분심이 나지’ 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 분노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보고 알아차리는 게 수행 잘하는 비결입니다.”
50분간의 법문이 끝나자 승과 속이 따로없이 모든 참가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각각 사방의 가까운 벽을 향해 좌선 자세를 잡는다. 공연장처럼 은은하게 조도를 낮춘 조명 속에서 수행자들은 저마다의 화두 속으로 침잠한다. 지난 여름부터 매주 토요참선 법회에 참석했다는 임희근(52·서울 도곡동)씨는 “직장인들에게 금요 철야정진은 졸음과의 싸움이지만, 이렇게 정기적으로 집중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일주일간 삶의 전장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서 “상도선원의 토요참선은 특히 스님들과 도반들의 에너지가 서로를 긴장시키며 분발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백운암, 아파트 숲 속의 21세기형 선방으로 되살아나다=“참선을 지향하는 선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미산 스님 말대로 상도선원은 다른 절과 달리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 기도재일이 없다. 다만 수행 교육과 불교교리 교육, 법회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대중과 함께하는 안거 수행정진’을 실시, 7박8일간의 간화선 집중 수행 과정을 열고 있다. 참선을 강조하면서도 경전학당 등을 열어 참선수행의 이론적 뒷받침을 돕는 것도 특징이다. ‘마음수행학교’와 함께 매주 열리는 ‘미산스님과 함께하는 경전학당’은 초기불교부터 대승불교까지 두루 섭렵하며 불교의 깊은 지혜를 전한다.
매주 일요법회가 끝난 후에 선원장 스님이 개발한 미소자애명상 시간도 인기가 높다. 몸 전체를 정화하고, 정화된 몸을 통해 자애에너지를 보내 우리 몸을 순화시키는 새로운 명상법으로 일상 속에서도 따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남방불교의 자애명상과 인체의 경락과 기운이 도는 길을 집중해서 상상하는 명상을 종합한 것이다.
1961년 창건된 백운암을 전신으로 하는 상도선원은 바야흐로 도심포교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서옹 스님(1912∼2003)이 40여년간 주석한 곳으로 월산·운허·탄성·석주 스님 등 당대 고승들이 주석했던 유서 깊은 절은 그 옛날 ‘숲 속의 선방’에서 ‘아파트 숲 속의 21세기형 선방’으로 시대와 호흡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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