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사면은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99차례 단행됐다. 지난해 12월29일 이명박 대통령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특별사면한 게 가장 최근 사례다. 청와대는 “당분간 사면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현 정부 임기 안에 100번째 사면이 이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면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 반체제 인사 등 정치범에 대한 사면은 사회통합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사면은 부정부패 혐의로 처벌받은 정치인, 경제인, 고위 공직자 중 정권 창출에 기여했거나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이들한테 선별적으로 주는 ‘면죄부’ 성격이 짙어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사회지도층 인사가 1∼2년 만에 웃으며 풀려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심지어 한 번 사면을 받은 인사가 다른 비리로 또 수감됐다가 다시 사면을 받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지도층이 연루된 범죄는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쳐 우리 사회 건전성을 해치는 만큼 일반 범죄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 남발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부패 문제를 악화시키는 정점에 있다”며 “사면권 행사를 더 엄격히 제한해야 선진사회로 가는 초석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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