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25), 박사라(24·여)씨는 ‘2009 피스컵 안달루시아’ 대회 기간 내내 피스컵 남매로 통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이들 남매는 피스컵 조직위원회 스태프로 참여해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과 스페인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공적 대회 운영에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남매는 국적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다. 둘다 스페인에서 태어났지만 상훈씨는 한국, 사라씨는 스페인 국적이다. 서강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상훈씨는 한국에 홀로 떨어져 지내고 사라씨는 30여년 전 이민온 부모님과 함께 스페인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둘 다 대단하다. 부모님의 한국 사랑이 남달랐던 탓이다. 스페인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것도 집에서만큼은 한국어를 쓰도록 한 부모님의 교육이 크게 작용했다. 사라씨는 “오빠와 나는 어디에 있든 국적이 어디든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상훈씨는 조직위 마케팅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티켓 판매 등 프로모션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통역까지 도맡아 팔방미인 역할을 했다. 올해 초 피스컵이 ‘제2의 고향’인 스페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저없이 인턴을 지원했다. 상훈씨는 “피스컵과 함께 할 운명이었는지 대회가 다행히 방학 기간에 열려 마음 편하게 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라씨는 조직위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재정총무국에서 일했다. 개막 후에는 경기장에서 VIP 등 주요 인사들의 의전을 챙기며 조직위의 얼굴 역할을 했다.
오빠 상훈씨와는 서로 바쁜 나머지 대회 기간 중 한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틈틈이 전화 통화로 격려하며 남매의 정을 나눈 게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사라씨는 아픈 기억이지만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 BBQ의 스페인 본사에 3년간 근무했던 사라씨는 BBQ가 스페인 모 기업에 인수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퇴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사라씨는 어린 나이에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든 좋은 경험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 피스컵에서 일한 경험이 좋은 디딤돌이 됐다며 되레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라씨는 “즐기면서 재밌게 일했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 만족한다”며 “스튜어디스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유럽 항공사에 취직해 또다른 꿈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상훈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일단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전공인 경영학과 장기인 스페인어를 살려 무역회사에 취직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역 기러기 생활을 택한 것도 모두 본인의 의지였던 만큼 한국에서 꼭 성공하고 싶은 게 상훈씨의 꿈이다.
상훈씨는 “피스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일한 경험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토대가 될 것 같다”며 “올해 안달루시아에서 보낸 여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비야=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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