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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송파·논산 119 구급대’ 하루 12번 출동…숨이 ‘헉헉’

관련이슈 소방관이 쓰러진다

입력 : 2008-03-25 14:01:37 수정 : 2008-03-25 14: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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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논산 119 구급대를 가다
 119구급대는 소방관들 사이에서 ‘기피 부서’로 꼽힌다.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몇몇 연구 결과를 봐도 구급 업무의 피로·스트레스가 화재 진압보다 훨씬 높다. 취재팀은 서울 송파소방서 가락119안전센터 구급대를 24시간 동행 취재했다. 또 충남 논산소방서 연무119센터를 찾아 열악한 지방 구급대의 애환을 들어봤다.

◆“응급조치 잘못되면 평생 고생”=10일 오후 4시45분 가락119센터. “출동 바랍니다!” 신동남(52·소방장) 구급조장이 부리나케 앰뷸런스 조수석에 오른다. 운전석엔 임영석(35·소방교) 대원이 벌써 앉아 지도를 보고 있고, 뒤칸엔 ‘막내’ 최범도(34·소방사) 대원이 대기 중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 구급대는 이처럼 ‘3인1조’ 형태다.

 앰뷸런스는 도로를 꽉 메운 차량들 틈새를 비집고 정신없이 달린다. “정말 위급할 때엔 중앙선이고 신호고 다 무시하죠.” 임영석 대원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도착한 곳은 문정동 어느 아파트 앞 도로. 멈춰 선 버스 앞에 최모(18)양이 쓰러져 있다. 차 유리창에 금이 간 것으로 봐 머리를 세게 부딪힌 모양이다.

 대원들은 먼저 최양 목에 C칼라(고정장치)를 채웠다. 덜컹거리는 구급차 안에서 목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교통사고 환자는 무조건 이것부터 씌우죠. 응급조치 잘못되면 평생 고생하거든요.” 최범도 대원이 귀띔한다.

 “차 어디에 부딪혔어요?” “아니에요, 어지러워서 그냥 넘어졌어요.” 기억을 잃고 코피까지 흘리는 점으로 미뤄 상태가 심각한 듯하다. 혈압(106/79㎜H), 맥박 수(72), 산소포화농도(98%)를 체크해 구급일지에 적는 손길이 날렵하다.

 최양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인계됐다. “뇌를 다쳤을 가능성 때문에 일부러 큰 병원에 온 거야. 정확한 구급일지를 작성해 병원과 확실히 인수인계하는 게 제일 중요해.” 담당 의사와 대화를 끝낸 신동남 조장의 말이다.

 모든 출동이 이렇게 긴박하진 않다. 허리가 아픈 김모(30)씨는 반포동 K신경외과에 진료를 예약한 뒤 119에 신고했다. 응급환자인 줄 알고 달려온 구급차는 졸지에 ‘택시’가 됐다. 자곡동 어느 산골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가보니 알코올중독자 이모(55)씨가 소주병을 붙들고 쓰러져 있다. 대·소변 냄새가 진동하는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동안 대원들 모두 코를 감쌌다.

 24시간 동안 총 12번 출동하고 이튿날 오전 퇴근을 위해 옷을 갈아입던 신동남 조장은 “늦게 왔다고 육두문자 써가며 욕하는 이나 술에 취해 구급대를 때리는 사람을 보면 힘이 빠진다”고 호소했다. 그는“10번 출동하면 7명은 비응급 환자”라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말 위독한 시민이 큰일을 당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지적했다.

◆“치료 못하고 나르기 급급”=13일 취재팀이 찾은 연무119센터는 대원 10명이 5명씩 나뉘어 24시간 맞교대로 일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3교대 근무가 시범적으로 도입된 서울의 사정은 ‘그림의 떡’이다.

 근처에 고속도로가 있어 대형 교통사고가 잦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한복판에서 응급조치를 할 때엔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죠. 특히 차량에 불이 붙어 사람이 다 타버린 모습을 볼 때의 처참함이란….” 구급 7년차 김동호(35·소방교) 대원의 말이다.

 구급대가 ‘3인1조’인 서울과 달리 지방은 대개 ‘2인1조’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딴 대원이 턱없이 모자라 이들 중 휴가자라도 생기면 무자격자가 대신 투입된다. 응급처치는 고사하고 환자 실어나르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다.

 혼자 앰뷸런스 운전과 환자 구급을 책임지는 ‘1인 출동’도 있다. 김동호 대원은 “1인이 출동하면 수시로 차를 세우고 환자 상태를 살핀 뒤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므로 (병원으로) 가는 동안은 무방비 상태”라고 털어놨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김동진·김태훈·양원보·송원영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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