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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무어인들의 추억

입력 : 2008-10-31 15:32:42 수정 : 2008-10-31 15: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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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길을 따라가는 추적이다. 길은 인생세간의 혈관과 같다.

바르셀로나는 92년 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곳이다.
올림픽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장렬하게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라톤이다.
마라톤의 승자는 고독한 영웅이다.

피레네 산맥을 넘고 스페인의 들판을 가로질러서 지중해를 향해 마라토너처럼 달리다 바다와 만나는 곳이 바르셀로나이다.
이곳에서 지중해를 건너면 열사의 사막이 펼쳐진 원색의 아프리카에 이른다.


1) 무인인들의 추억

전성기에 무슬림 戰士들은 지평선에 흰 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달려 사막을 가로질러 오고, 다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스폐인에 당도한다.
이 사라센의 영향으로 스페인 곳곳에 아직도 무슬림의 흔적과 무어인들의 추억이 서려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어인들은 사막의 열사의 폭풍을 일으키며 지부로월터를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휩쓴다. 이슬람군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베리아 반도를 파죽지세로 점령한다.
그 여세를 몰아 피레네산맥도 넘어 프랑크왕국도 침입하나 투르와 프와티에 싸움에서 져서 그냥 조약을 맺는다.
그후 이베리아반도는 이슬람영향권에 있게 된다. 투우에 그 잔재가 남아 있다고 한다. 할랄미트(피를 뺀 고기) 같은 것이다.

로마교황은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이슬람군은 놔두고 머나먼 예루살렘에 십자군을 보내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다.
나중에 스페인은 그라나다의 마지막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까지 몇 백년이나 시간이 걸린다. 그 유명한 서사시 ‘엘시드의 노래’에 나온다.

이방인(異邦人)에게는 중동, 소아시아는 아직 알 수 없는 신화와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유럽이 어두운 중세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이들은 물리, 화학, 기하학, 연금술 등의 과학은 최고 수준이었다.
소아시아(Minor Asia)는 오리엔트 문명의 발원지였다.

그 아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의 메소포타미아문명과 나일강의 이집트문명은 인류의 사대문명의 발원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그 곳을 알라의 은총으로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산유국으로 아랫배만 튀어나온 무식한 부호들이 사는 곳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태양이 가열한 모래밭에 바람이 일어나고 바람은 모래를 날려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그래서 사막은 단조롭지만 변화가 많은 곳이다.

황량한 단색조의 모래 언덕에도 신의 은총은 외면하지 않았다.
아랍국가들과 이슬라엘의 관계에서 우리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친이스라엘 쪽이었다. 정치 경제 군사적인 많은 것들이 미국에 종속된 탓이리라.
사막의 정열이 바람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이 다음에 스페인에 들어오면 지부로웰터까지 갈 것이다.

그래서 바다 건너가서 모르코의 수도 카사불랑카 선술집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싶다. 술의 증류법은 이집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포르투갈 포도주는 포르토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지중해의 뜨거움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기 사라진 영화(榮華)는 묘한 哀愁를 자아낸다.

2)서반아어

스페인어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 함께 유엔 6대 공용어이다.
스페인과 중남미 주요 20국 중 19국이 사용하고 세계 3억5천만의 인류가 쓰는 국제어이다.
남미는 브라질(포르투갈어 사용)을 제외하면 전부 스페인어 문화권이다.
2천4백개의 고교의 2외국어를 보면 일어43%, 독어29.4, 불어20%가 92.4%이고 중국어6%, 스페인어1.4%, 노어 0.2%라고 한다.
구미나 일본, 중국의 스페인어 열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현실적인 편재이다.
우리가 서반아어에 대해서 그만큼 정보가 없고 비현실적 인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13개 대학만 스페인어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국립대는 전북대, 서울대 정도라고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 러시아어는 좀더 활성화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원도 없고 땅도 넓지 않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높은 땅떵어리에서 수출만이 먹고살 길인데, 그 가장 기본적인 소통도구인 언어 무장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내 생각엔 무역상업언어학부를 전 대학에 설치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영어만 너무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너무 친미적이라서 국제무대에서도 편견과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다. 순수학문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필요하고 실용학문을 하는 사람들도 필요한 다원화된 인식이 중요하다.

지중해의 해안선을 따라서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마르세이, 칸느, 니스, 모나코, 산레모, 제노바 등을 들린 다음 로마로 들어갈 계획이다.
정오가 약간 못되어서 역에 도착하니 역사 안에는 리볼버권총으로 무장한 베레모 경찰들이 주위를 순시하여 무척 위압적인 분위기이다.
나그네가 의자가 없어 바닥에 앉는 것조차 금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를 안내센터에서 시간표와 시내지도를 어렵사리 구해서 나온다. 아직도 독재자 프랑코의 亡靈이 이 바르셀로나에 남아있는 것일까?
그러한 불쾌감을 뒤에 남기고 배낭을 지고 역사를 빠져 나왔다.

밖에는 정오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는 반면 분수대에는 현대적인 조형물과 함께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3)고딕지구

고딕지구는 오래되고 낡아서 구시가(Old City)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 지역에는 바르셀로나 대성당(Cathedral)이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유럽의 모든 성당은 반바지 입고 출입이 불가하다.
신을 경배하는 장소에서 품위 없는 반바지나 속옷 같은 슈미즈형 옷은 금해 놓고 있다. 이곳은 고딕양식의 건축물로 이 지방 카타루냐風 건물로 13세기말에 창건되었다한다.

낡고 오래된 건축물은 그 속에 있는 ‘중앙 정원’에 가면 종려나무 사철나무 등에서 발하는 다양한 초록빛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붉은 벽돌의 떼와 비바람 풍상에 마모된 흔적은 세월을 느끼게 한다.
그 때 그 시절의 영욕(榮辱)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인간들이여 이것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가?
허무하고 무상한 것이 인생이다. 안달복달, 지지고 볶지 말고 편하게 살자.
편하게 살려해도 힘든 일이 많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다.

카세트 피아노반주에 맞추어 거리의 악사가 성악곡을 부르고 있다. 이들이 무엇을 하든 진지해서 아름다워 보인다.
많은 것보다 약간 부족한 것이, 아주 새 것보다는 손때 묻은 것이, 완벽한 것보다 약간 부족한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그러한 부족하고 오래되고 낡은 것들 속으로 여운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여운은 완벽함보다부족함 속에 잘 스며드는 것이다.
그래서 여운은 훗날 많은 얘기꺼리와 느낌을 제공한다.
이가 빠진 곳과 결합할 때 좀 더 강한 결속력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中世의 스케일처럼 이곳은 미로를 들어온 듯한 좁은 골목길과 복잡한 통로들로 연결되어 있고 정면에는 높이 90m되는 팔각형 종탑이 2개가 서있다.

성당옆에 바르셀로나公의 거성이던 옛 왕궁 한쪽에 박물관이 있다.
페데리코마레스가 기증한 조각품들을 전시한 ‘페데리코마레스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공짜라서 더욱더 매력이 가는 곳이다.
여기에는 로마네스크, 고딕시대의 작품과 르네상스 바로크에 이르는 시대를 포괄한 스페인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곳에는 예수의 모습을 조각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무, 돌, 대리석 등 소재가 다양했고 예수의 얼굴 모양 또한 하나의 이미지가 다양한 얼굴로 형상화되었다.

말라깽이 예수, 비통해 하는 예수, 기쁨 가득한 예수, 권위와 위엄의 예수 등 그의 모습을 전부다 헤아릴 길이 없다.
끈끈한 땀을 식히며 이곳을 돌아보았다.

케티드랄을 중심으로 좌측은 카탈루냐 의사당이, 우측에는 ‘마레스미술관’과 ‘왕의 광장’이 있다.

콜롬부스는 新大陸을 발견한 뒤 선물을 가지고 와 자신을 後援해준 이사벨여왕을 謁見했다고 해서 ‘왕의 廣場’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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