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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혹은 전주국제영화제와는 달리, 특정 타이틀을 걸고 가장 성공을 거둔 영화제. 객석 점유율 90%라는 경이적 수치를 보일 정도로 엄청난 관객의 호응을 받고있는 영화제. 이들은 바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가리키는 수식어들 중 하나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2008년 4월 10일 -4월 18일)에 드디어 ‘국제’라는 용어가 삽입되었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훨씬 이전부터 이 영화제가 갖고 있는 세계성과 보편성 그리고 관객의 열띤 호응으로 볼 때 영화제 운영측이 이제까지 지나치게 겸손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독일, 창백한 어머니>를 연출한 뉴저먼 시네마의 거장 헬마 잔더스 브람스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여성영화제를 많이 보았지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그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파리여성영화제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데, 여기 와서 좀 마음을 열고 눈을 뜨고 이렇게 날이 갈수록 번창할 수 있다는 걸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까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들은 언제나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그 중에서도 2004년 이 영화제에서 상영된 <벌거벗은 페미니스트>(The Naked Feminist, 2003)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감독 루이사 아킬리가 여성이 포르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녀는 포르노가 남성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여성도 향유할 수 있으며, 그것을 일종의 영상 문화 장르로 봐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여성을 착취하고 혐오감을 주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포르노도 있습니다.”

당시 영화가 끝나고 여성 감독과 여성 관객들이 논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필자가  ‘여성’이란 영화제 타이틀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영화제는 ‘여성’이란 주제를 내걸었지만, 단지 여성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성과 객관성 그리고 파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올해도 다채롭고 신선한 주제와 소재를 다룬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개막작 <텐 텐>과 <올가미> 그리고 평 샤오리엔의 상하이 삼부작에 관심이 간다. <텐 텐>은 HD옴니버스 영화로 국내외 유명 여성 감독 6명이 ‘서울’을 배경으로 촬영한 단편들을 모은 매력적인 도시 탐색기다. 역량 있는 여성 감독들이 만든 기대작 <텐 텐>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한다. <올가미>는 베라 히틸로바가 연출한 블랙코미디풍의 페미니즘 영화로, 요즘 사회문제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성폭행과 남성들의 왜곡된 ‘강간신화’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끝으로 중국 여성감독인 펑 샤오리엔의 <상하이 여인들>을 비롯한 상하이 삼부작은 상하이라는 공간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다룬 영화로, ‘여성 역사’를 소재로 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동안 좋은 영화, 감동적인 영화의 세계로 빠져들기를 기대해 본다.  

 / 연동원 역사영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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