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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家 사람들] 실속파·육체파·학구파…입맛 따라 골라보는 6월의 연극들

입력 : 2012-06-07 18:05:46 수정 : 2012-06-07 18: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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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

한 편의 연극을 선택하기까지 개개인의 취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연극의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는 6월의 연극 19편을 소개한다.

■ 연극적 재미를 찾는 ‘실속파’의 선택

오는 9일부터 키작은 소나무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는 ‘키득 키득’ 거리는 웃음과 여운이 남는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작품이다. 김제훈 연출가는 “이번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여정기‘라고 할 수 있다며 ”“사랑과 연애, 이별등의 내용이 공감가게 그려질 것”임을 연출의도로 밝혔다. 조은컴퍼니가 선보였던, 정의신 작가의 <아시안 스위트>,<겨울 선인장> 작품에 환호했던 관객이라면 추천할만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 무대에서 조은컴퍼니(김제훈 연출)의 한국공연과 극단 토무(곤도 히로미츠 연출)의 일본 공연 두 팀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점이 특이점.

한. 일 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의신 작가의 신작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서 겪게되는 네 자매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와 전쟁에 대처하는 방식을 그리고 있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미추의 2012 시즌 공동제작프로그램이다. 전작 ‘야키니쿠 드래곤’의 중심이 아버지와 어머니에 있었다면 이번 작품의 초점은 서로 다른 네 자매에 맞춰져 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의도적으로 체홉의 ‘세자매’의 인물이나 상황을 겹치게 그려 넣고 있다. 이는 100년 전 체홉이 그렸던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고, 그가 우리에게 던졌던 질문 역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배우 박수영, 고수희, 김문식, 서상원, 염혜란, 김소진등 명배우들의 명연기도 기대할만하다.

바쁜 박원순 시장도 보게 만든 연극이 극단 연우무대의 ‘칠수와 만수’다. 박원순 시장은 트위터 50만친구 기념 번개로 지난 3일 시민들과 연극을 함께 관람했다. 유연수 연출가가 무대를 광화문으로 옮긴 2012 연극 ‘칠수와 만수’는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과 소통할 수 있는 웃음 코드가 적절히 담겨있어 관객들의 반응이 우호적이다.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에 따른 답답한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에 치이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꿈 많은 두 청춘 ‘칠수’와 ‘만수’를 통해 유쾌하게 꼬집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배우 박시범 안세호 콤비의 맛깔스런 연기와 노래가 입에 착착 감긴다.

1981년 벌교의 갯벌마을이 배경이 되고 벌교출신 배우 선종남이 출연하는 연극 ‘뻘’(연출 부새롬)이 오는 26일부터 관객들을 찾아온다. 안톤체홉의 ‘갈매기’를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은 ‘목란언니’ ‘연변엄마’등으로 이름을 알린 김은성 작가 특유의 살아 있는 캐릭터들과 감칠맛 나는 대사들이 잘 드러나는 게 특징. 극 중 내내 등장하는 1980년대 음악과 배우들의 노래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갯벌, 지하공장, 자취방, 교실 등 다양하게 변신하는 무대공간을 볼 수 있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온 몸으로 반응하는 ‘육체파’의 선택

극단 고리의 창단12년 야심작 ‘괜찮냐’가 6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불기둥 속에서 두 눈을 잃고 실어증까지 걸린 숙이라는 동남아 이주여성을 마음사람들이 획책해 성매매를 시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줄거리 전개상 19세 이상 관람가능하다. 연극 ‘괜찮냐’는 눈을 크게 뜨고 돌아봐라. 당신이 살고 있는 사회는 과연 괜찮나? 라고 질문을 던진다. 극단 고리의 임창빈 연출은 “우리민족에 내제된 주체성과 응분이 묻어있는 작품, 사회적 담론을 연극 ‘괜찮냐’ 로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배우 김동현이 '숙'과 동거하는 장씨로 출연. 최지은 작가가  ‘숙’ 역할 배우로도 무대에도 오른다.

19금(禁) 성인연극 ‘더 러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연극열전4> 세 번째 작품 ‘The Lover’(러버)는 영국 런던 근교, 부유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중산층 부부의 짜릿한 이중생활을 다루고 있다. 언뜻 풍족하고 모자람 없어 보이는 중산층 부부의 삶을 직설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탐구함과 동시에 그들이 가장하는 삶의 허무함을 꿰뚫는 비판적인 시선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유럽의 부조리한 근대적 삶에 대해 그보다 더 부조리한 웃음으로 맞섰던 헤롤드 핀터의 작품.

연극 ‘러버’는 일상적인 배경 위에서 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핀터가 가진 고유한 특징, 일상 언어의 사용이나 사회의 부조리 고발, ‘핀터레스크’라고 불리는 모호한 언어와 침묵(slince), 휴지(pause), 생략(prererition)을 이용한 긴장감 유발 등의 매력이 압권. 오경택 연출가는 사각의 회전 무대를 이용해 작품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주인공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다. 배우 송영창, 이승비가 캐스팅되어 전라 노출 보다 더욱 숨막히도록 섹슈얼 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타이즈를 입은 남녀배우들의 등장해 섹슈얼한 연극으로 보이지만 막상 공연이 끝난 뒤에는 다이나믹한 연극으로 기억되는 작품이 ‘레슬링 시즌’이다.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3면의 객석은 8명의 고등학생들, 1명의 심판. 지름 9m의 원형 매트로 채워졌다. 그들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겨룬다.“왕따, 성 정체성, 동성애, 폭력”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자세위반! 규칙위반!” “통제 불가!” “잠재적으로 위험!” 심판이 정리하고 경고를 하는 점도 흥미롭다. 가장 원초적인, 흥미진진한, 팽팽한 1:1 대결 구도의 레슬링이 연극으로 탄생한 것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위한 연극 ‘레슬링 시즌’은 10일까지 국립극단내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연극 ‘모범생들’은 공연 매니아와 학생 관객뿐 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겪었던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공연이다. 훤칠한 외모와 능숙한 연기력을 겸비한 꽃미남 배우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여성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큰 덩치를 작게 구겨 넣어야 할 것 같은 책상 4개와 의자 4개가 전부인 미니멀한 무대가 화장실, 결혼식장, 교실, 채플실을 오가며 공간을 꽉 채울 때, 그리고 막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매끄러운 수트 차림의 의상이 작은 변화들을 통해 교복이 되어 극을 과거로 되돌릴 때 관객들은 어김없이 탄성을 자아낸다. 시즌1에서 귀여운 수다쟁이 수환역으로 독백씬이 끝날 때 마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아내었던 김종구 배우가 이번에는 단순무식 의리남 종태역으로 변신했다. 이외 배우 김보강, 박시현, 박훈, 이원이 열연한다.

연극 '과부들'

■ 정통연극을 맛보고 싶은 ‘학구파’의 선택

연극 ‘과부들’ 과 ‘그을린 사랑’의 공연러닝타임은 장작 3시간에 육박한다. 엉덩이가 가벼운 관객이라면 앉아있기 힘들수도 있다. 그럼에도 절로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멈출 수 없다.

극단 백수광부의 ‘과부들’은 무대에서 흐르는 강물처럼 관객의 머릿 속에 새로운 길을 하나 내어놓는다. 담담하면서도 강렬한 마지막이 압권이다. 작품은 70년대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리스 희랍 극을 연상시킨다. 이 독특한 작품은 모든 시대 모든 국가의 문제적 사건들을 환기시킨다. 잿빛 강가에 떠내려온 시체의 소유권을 마을의 여인들 모두가 주장하며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사회적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비현실적이고 몽환적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연극 ‘과부들’은 기억과 망각에 대한 질문이자 나의나라, 나의 현재에 대해서 묻는 작품이다. 배우 예수정과 한명구, 이지하, 박완규, 박윤정외 19명의 배우, 그리고 오현경, 이호성, 이영숙의 특별출연해 이 거대한 서사극을 최고의 무대로 채운다.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극 ‘그을린 사랑’(김동현 연출)은 시적인 언어의 강렬함과 풍부한 대사의 힘, 탄탄한 서사구조가 돋보이는 작품. 스토리를 단순화하고 전쟁과 종교문제를 구체화시키면서 대사보다는 침묵을 선택한 영화와 달리, 원작 희곡은 연극의 깊이와 밀도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경험하게 한다. 한 여인의 길고 긴 이야기를 시기별로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10대에서 40대,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60대 나왈을 3명의 배우-각각 이다아야, 배해선, 이연규-가 연기한다. 7월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게릴라 극장에서 오는 26일부터 공연될 연극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도 놓치면 아쉽다. 배우 김소희, 이승헌, 윤정섭등이 출연.

■ 제목에 꽂히는 ‘감각파’의 선택

디지털 시대의 단절과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담은 ‘죽은 남자의 핸드폰’은 극작가 ‘사라 룰’의 탄탄한 극본, 대학로 아이콘 박근형연출과 극단 맨씨어터의 완벽한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다. 지하철, 버스 속 그 좁은 핸드폰 액정 속으로 자신을 집어 넣기 바쁜 현대인들이라면 귀가 솔깃한 연극이다.

극단 맨씨어터의 연극 ‘죽은 남자의 핸드폰’은 소통과 단절 사이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연극의 중심에 놓았다. 사람이 죽더라도 그 사람이 지닌 핸드폰의 생명력은 조금 더 끈질기다. 그래서 죽은 남자의 곁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우연히 받은 ‘진’은 어떤 의미에서 그 남자의 인생을 연장해 주었고 메신저가 되어 주었다. 일면식도 없었던 그 남자의 인생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여 능동적 대변인이 된 것이다. 배우 정수영이 진역으로 분한다. 총 6명의 캐스트 중 3명은 맨씨어터(정수영, 정재은, 우현주), 3명은 골목길(황영희, 이승준, 김주헌) 배우들이 캐스팅되면서 불꽃 튀는 연기 경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6월 9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초연된다.

연극 '죽은 남자의 핸드폰'

스테디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연극으로 돌아왔다. 극단 컬티즌의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운동세포가 파괴되고 근육이 위축되다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모리역은 자타공인 딕션과 화술의 달인 이호재가, 바쁜 일상속에서 차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밋치역에는 방송에서 차츰 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배우 박준혁이 맡는다. 특히 모리역은 침상에 누워 객석과 밋치를 향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지만 공연 중간에 탱고와 트위스트를 추며 활기를 불어 넣는 등 의외의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마냥 슬프기만 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관객들에게도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이 될 것이다.

매주 화요일,  제자와의 대화를 통해 모리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심경을 낱낱이 밝힘으로써 그 자신이 인간 교과서가 되어가는 모리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게 될 것이다. 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24일부터 세종 M 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연출 김광보) 는 일본에서 2008년 초연되었고, 한국에서는 지난 1월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화제작으로 주목 받았다. 학교 회의실로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는 가해학생의 부모들은 회의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극도로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죽은 여학생의 편지를 은폐하려는 학부모, 유령처럼 계속 나타나는 또 다른 편지. 고립된 공간에 압박해 들어오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의 대결이 이 작품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 작품은 학생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사건을 회피, 은폐 하는 모습을 통해 진짜 어른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해와 피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들과 학교 선생들만 출연한다.  암전도, 무대전환도 없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무대는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 등 대한민국 대표 연극 배우들이 출연한다.

국립극단과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과 함께 선보이는 “다중연애를 즐기는 그녀, 다정(多情)의 이야기”, 연극 ‘다정도 병인양 하여’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고려 후기 문신 이조년의 시조 ‘다정가’의 “다정(多情)도 병(炳)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에서 제목을 따온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다중연애를 하는 ‘다정’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나(성기웅)’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그동안 한 인물이 여러 여자를 만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여, 가볍고 유머러스한 상황극으로 무대화한 공연(라이어, 보잉보잉, 기막힌 스캔들 등)은 많았다. 그러나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단순히 다중연애를 즐기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에피소드를 흥미 위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다중연애 관계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심리 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축은 ‘탱고’이다. 관객과 공연의 ‘거리두기’용으로, 공연의 내용적 측면과 나타나는 인물의 특징에 부합되는 수단으로 공연 중간중간 탱고를 추는 모습이 보여진다. 9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단내 소극장 판.

극단 산수유의 연극 ‘동물없는 연극’은 7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지능을 비교하는 두 형제 이야기, 공연을 본 후 소리치는‘브라보’ 때문에 싸움을  벌이는 부부 이야기, 새가 되고 싶어 하는 이발사 이야기, 거대한 볼펜이 지붕을 뚫고 거실까지 들어와 난리 난 가족 이야기, 루이 15세 스타일의 가발 덕분에 결국 금연에 성공하게 되는 한 애연가의 이야기, 옛날 미국 링컨 대통령을 위험에 빠트린 적이 있는 자기 선조 봅 때문에 친구가 자신을 봅이라고 부르는 것을 거부하는 골프 치는 사람 이야기, 최초에 물고기에서 나왔다는 인류 진화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고 싶어하는 박물관 관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류주연 연출가는 “제목에 명시되어 있는 ‘동물’은 인류가 간직했었던 동물성과 원시성을 상징한다.”며 “인류가 겪고있는 인간성의 상실은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서 유머러스하게 풍자됨으로써 가족 간에도 만져주지 못하는 외로움과 웃음속의 사색을 통해 공감을 자아낼 것.”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6월 20일부터 7월 1일  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삶의 진실을 알고 싶은 ‘사색파’의 선택

30일부터 국립극단 내 소극장 판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본다’(연출 최진아)는 2012 봄마당 축제의 마지막 작품, <젊은 연출가 시리즈>의 일환이다. 무엇을 본다는 것과 볼 수 없다는 것의 의미. 본다는 것이 주는 쾌감과 그에 대한 탐닉들. 볼 수 없다는 것의 조바심과 갈망들. 사람이 무엇을 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것이 무엇을 낳는지 생각해본다. 즉, 본다는 시감각에 대한 탐구가 이 연극이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인상적인 화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최진아 연출가는 “관객들의 시감각을 강렬히 자극하는 연극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6일부터 대학로 스타시티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연극 ‘큰아들’(연출 전경배)은 러시아의 세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밤삘로프식의 유머와 함께 녹아있는 블랙 코메디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몸부림치며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재미있는 인간상을 만나볼 수 있다.

17일까지 게릴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연극 ‘주머니 속의 연기’(연출 이윤주)는 2012 게릴라극장 젊은 연출가전 네번째 작품이다. 어릴 적에 담배 연기 고리가 금방 사라지는 것이 싫어서 담배 연기 고리를 비닐 봉지에 담아서 보관한 경험을 글에 녹여낸 일본 작가 호키모토 게이코 희곡이 연희단거리패의 젊은 연극적 상상력으로 재탄생했다.

세상 속에서 살다가 사라지는 인간이라는 존재, 극장을 떠돌다가 사라져버리는 연극.  한 순간 존재했으나 결국 사라지는 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를 연극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연극의 연극’ (메타 드라마)이다. 안보고 놓치기엔 그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너무 맛깔지다.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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