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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찾는 이에게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단다. 행복 하나씩 가져가기 위해 모인 관객들을 향해 김문중 회장님이 "언어의 숲 속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반긴다. 가을보다 더 깊은 맛이 나는 '제 7회 시와 음악이 흐르는 밤'에 시의 향기에 취해 보란다. 황금찬 선생님과 성기조 박사님이 축사를 하신다. 정송학 구청장님은 "우리 광진구는 산과 강이 있어 문학과 예술이 번창 할 수밖에 없는 고장"이라고 한다. 권택기 국회의원도 이 육사의 '청포도'를 낭송함으로 축사를 대신한다.

황금찬 선생님의 '별을 캐는 아이'가 영상으로 나온다.

밤마다 어머니가 오시어

허공에 사랑의 사닥다리를 세우신다

그 사닥다리를 밟고 나는 별 밭으로 간다

우리들의 하늘에는 한 개의 별도 없고

어둠만이 있었다

별나라 가서 몇 개의 별을 따다가

별이 없는 우리하늘에 옮겨 심으리라

비로소 별이 없던 우리하늘에도

별이 빛나게 되리라

그날을 위해 나는 이 밤을 위해

나는 이 밤에도 별 밭으로 간다.

박상경 시인의 사회로 '시극으로의 초대'가 이어진다.

황금찬 시인의 시 '어머님의 아리랑'이 극으로 꾸며져 무대에 오른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쌀이 없던 배고픈 시절을 얘기한다. 이병기 시인의 '별'을 노래한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별은 뉘 별이며/ 내별 또한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어머님은 봄산에 올라/ 참꽃을 한자루 따다놓고/ 아침과 점심을 대신하여/ 왕기에 꽃을 담아주었다. 입술이 푸르도록 꽃을 먹어도/ 허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런날이면 눈물로 부르던 '어머님의 아리랑', 어머님의 유산이 된 아리랑, 어머니의 눈물은 진주를 만든다. 청천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가난도 많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먹을 것이 너무도 귀한 시절을 배경으로 시극으로 꾸며 우리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리운 금강산'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성기조 시인의 시와 김문중 시인의 시로 '사랑가'와 '영혼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학교 다닐 때 서로 편지를 주고받던 남학생과 여학생이 35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대학의 교수로 만나 나누는 사랑이야기다.

조병화 시인의 '서로 그립다는 것'을 낭송한다. 그 시는 내가 낭송가로 데뷔 할 때 선택한 시여서 더욱 애착이 간다. '살아 갈수록 당신이/ 나의 그리움이 되듯이'로 시작하는 이 시는 사랑가를 여는데 부족함이 없다.

시를 낭송하고 그 시를 노래로 또 극으로 무대에 올려 질 때 내 가슴이 열린다. 산다는 것이 시의 목마름도 잊은 채 살아왔는데 나와 같이 시를 배웠던 동료시인들이 한편의 시로 이렇게 많은 관중들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렇게 선을 보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광진구립 청소년 합창단의 '산길' '은행잎' '우주자전거'가 맑은 소리로 울려 퍼진다. '사랑의 나무' '무영도' 사랑하는 그대에게도 노래로 전달된다.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로 시작되는 '고향의 노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다. '가을'을 끝 곡으로 막을 내린다. 관객들이 다 떠나고 난 후에도 나는 한참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다. 먹먹하던 가슴이 많은 시들로 꽉 차 사람들이 다 떠날 때까지 앉아 있다 나온다.

이명희 myung76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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