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술과 사람의 융합이 어려워지는 이유

관련이슈 UC 르네상스

입력 : 2008-10-20 15:23:45 수정 : 2008-10-20 15:23: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거 방송이야, 통신이야? 모 방송국에 가면, '방통융합'이 당연하지만, 모 통신사에 가면 '통방융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밉상스럽지 않다. 

'2002 한일 월드컵'을  '2002 일한 월드컵'이라고 순서를 바꾼다면 당장 매국노같은 시선을 받는 것처럼, 통신사 입장에서는 '통신을 중심으로 한 방송의 융합을 뜻하는 통방 융합'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는 뜻이다.

TV를 시청하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고객입장에서야 부르기 좋은데로 부르면 그만인데, 방송과 통신에서 입에 풀칠하고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기 싸움'을 넘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것, 역시 융합환경인 것이다.

이처럼 융합기술은 산업을 재편하고 사람들의 밥 그릇을 나누기 때문에 기술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현할지에 대한 구조 설정은 첨예한 문제이다.

산업계에서는 각 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다보니 시차가 생기기 마련이고, 시차를 좁혀가는 싸움이 치열해질 수록 융합 산업은 시작부터 틀어지기 마련이다.

한편, 기술이 재편하는 융합 환경에 적응못하는 것은 기업뿐일까?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사용자 측면에서도 불편하고 어지러운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당장 IP-TV가 거실에 놓여지면, 사용 설명서부터 리모컨까지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것들이 묶음으로 전달될 것이다. 오늘날 융합기술은 중복된 기능들을 하나의 디바이스로 모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는 일상에 새로운 가전기기를 하나씩 더 늘려놓고 있다. 



과거에는 흑백TV와 라디오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휴대폰, 스마트카드, 네비게이션은 필수이며 전자사전, 노트북, PMP, 디지털 카메라, MP3 등도 선택으로 들고 나가게 된다. 정지영상 촬영만을 들자면 500만이 넘는 휴대폰이 등장하였지만, 왠지 DSLR도 준비해야할 것 같고, 이미 PC에는 100만 이상의 정지영상이 촬영이 가능하고 네비게이션에도 카메라가 부착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중복된 기능들이 융합되어있다고 모두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은 휴대폰 문자를 얼마나 사용하실까?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미 휴대폰은 수 억대가 생산되고 무료로 나누어주기도 하지만 정작 오래전 기술 단문 서비스를 사용하는 엄지족은 제한적이다.

세대별로 굳이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문화적 요인도 있지만, 필요하지도 않은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편리하다고 강요하는 기술수용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구글은 검색 데이터를 동영상 포함 1억개의 인덱스 이상을 가지고 있다. 수 억개의 콘텐츠 중에서 우리가 평생 보는 콘텐츠는 얼마나 될까?

스카이라이프가 출시되고 DMB가 등장하였으며 다양한 케이블 방송국이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우리가 보는 TV는 여전히 MBC, KBS, SBS 등으로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많은 채널과 프로그램 아니 콘텐츠가 쏟아지는 정보과잉 시대에 융합된 정보까지 등장할 전망인데, 우리는 무엇을 선별해서 볼 것인가?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인지적 한계는 여전하다. 우리는 TV를 보면서 라면을 먹는 사람을 신기하게 여길 정도로 동시에 두 세가지를 할 수가 없다.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동시에 경청한다면 우리는 몇 명의 이야기까지를 동시에 한 장소에서 들을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는 두 사람 이상이 양쪽 귀를 붙잡고 떠들어 대면 한 문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IP-TV로 많은 채널이 개설되고 DMB, 케이블 등으로 이미 많은 프로그램이 제작된다할지라도 우리는 모두 볼 수 없다. 제한된 시간에 선택해서 볼 수 밖에 없고 심지어는 알차고 유익한 정보도 선별할 수 없는 환경에 살게 될 전망이다.

즉 기술은 수 많은 프로그램을 기억하고 언제든지 플레이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럴수가 없다. 누군가 우리에게 세 끼의 밥을 배고플때 주지 않고, 평생 먹을 밥을 눈앞에 펼쳐놓는다면 우린 모두 달아나고 싶을지도 모른다. 살아서 음식을 탐한 사람에게 지옥이 있다면 그런 처벌을 내리지 않을까?



이런 기술적인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시맨틱 웹은 자동화된 시멘틱(automatic semantic)와 인지적 시멘틱(coginitive semantics)로 분화되고 있다.(Editorial, 'Semantic web and web 2.0", journal of web semantics, 2008, pp. 1-3.참조)

기술은 컴퓨터가 스스로 잘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과 인간이 인지적으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크게 나누어지고 있다. 전자를 시맨틱 웹이라하며, 기계와 기계 사이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후자를 쇼셜 네트워크라하며, 기계와 인간 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시맨틱 웹이든 쇼셜 웹이든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융합 환경에서 개인화된 서비스, 맞춤 서비스, 밀어내는 기술, 조용한 기술 등이 각광받는 것 역시 인간이 무수히 생산되는 다량의 콘텐츠를 볼 수도 없고 심지어는 선별하기조차 어려워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결국 기술이 어떤 상황에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느냐와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특정 정보를 선호할 것인가의 접점에서 진정한 융합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인간의 속도와 기술의 속도가 다르지만, 그 차이를 버퍼링만큼이나 지겹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도처에 드러나고 있다. 그런 기술들은 가볍지만 고수의 눈으로 살피면 심오하기만 하다. 대표적으로 트위터( www.twitter.com)을 들 수 있다. 트위터는 이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만큼 스며든 기술이다. 역시 난해하지 않은 기술이 오래간다.

강장묵 mooknc@naver.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