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터뷰on] 고암 정병례 “전각, 서양에 대적할 유일한 예술”

입력 :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세계닷컴] 인사동에 위치한 고암 정병례 씨의 갤러리 안에는 수많은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삼족오가 붉은 태양을 바라보고 있고, 소나무 아래 까치와 호랑이가 생동감 있게 고개를 돌리고 있는가 하면, 깨알 같은 글씨가 쓰여진 비석과 같은 커다란 돌도 세워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도장을 새기듯 칼로 일일이 새겨 만든 작품들이다. 특이한 것은 거의 모든 작품에 곱고 아름다운 다양한 색깔들이 입혀져 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각 화가' 고암 정병례 씨(60). 국내에서 전각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터라 그의 예술의 시작은 무지에서의 시작이었다. 그가 전각 공부를 시작할 무렵에는 어떤 공모전에서도 '전각예술'이라는 단어를 들어볼 수도 없었고, 자료나 정보도 변변치 못했다.

“몇 해 전만해도 '전각 화가'라고 저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전각이 뭐냐고 되물었지요. 전각이란, 한자의 각 서체 중에서 가장 조형성이 짙은 전서체를 구사하여 한정된 공간에 정기를 심는 동양 순수 예술입니다. 아직까지 전각에 대한 인식이 일반 판화 개념을 넘지 못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새김 아트’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지요.”

전각의 재료는 금·은·동·석과 수정이나 옥 등 ‘칼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가능하다.

한때는 5년여 남짓한 세월동안 생업인 도장 파는 일 외에는 서예실에 다니면서 글씨 공부하는 것과 전각 공부하는 것이 전부였다.

1992년과 1993년은 그에게 커다란 행운과 희망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1992대한민국미술대전과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았고, 1993동아 미술제에서는 특선을, 전연대상전에서는 금수대상을 연달아 받게 된 것. 희망을 얻은 그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각의 세계를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서예분야로부터의 독립 선언과 함께 현대 전각의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했다.

1995년 조계사에서 '대금강경', '소금강경', '반야심경' 등의 전각작품을 통해 세계 처음으로 금강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고, 1997년에는 예술의 잔당에서 열린 '전각? 초서의 오전'과 전각설치작업 '풍어제'를 통해 비로소 현대전각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시작했다.

전각은 예술적인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사용되고 있다. 점·선·면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비롯해 설치미술, 애니메이션까지 포함된다. 그에게 이것은 곧 대중과의 소통이다. 그래서 ‘멀티 아티스트’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특히 그의 작품 중 KBS 대하드라마 ‘왕과 비’의 타이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하드라마에 어울리는 무게감과 예술적인 중후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외에도 영화 타이틀 '노는 계집 창(娼)'이나 '오세암' SBS 대하드라마 '대망' 의 타이틀 작업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폰트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지만 폰트에서 느껴지는 한계는 새로운 것을 찾게 했고, 대중매체에 등장한지 오래된 붓이나 드로윙 또한 이미 너무 많이 쓰이고 있었다. 좀 더 새로운 것, 독창적인 것을 원하는 대중들은 전각에 눈을 돌렸다. 한때는 국내 학계 쪽에서 부정적인 반향이 심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리고 개척자가 짊어져야할 일들이라고 말한다.

“파마를 했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지지 않고, 화장을 했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에는 따듯한 옷을 입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여름에는 반팔을 입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죠. 정신성과 영혼은 똑같습니다. 예술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것입니다"

서양에서 전각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이미 1920년대 중국, 일본을 통해 상당부분 알려 졌지만 아직은 전각이 오리엔탈 문화권의 독특한 하나의 문화라는 인식이 전반적이다. 희귀성, 신비성 이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지금도 일본과 중국, 대만 등 각국의 작가들이 그의 갤러리를 찾는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이것을 어떻게 새겼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 이 글씨는 누가 쓴 것인지, 어떻게 이런 작은 글씨를 돌에 새겼는지 모두 기법만 궁금해하지요. 그러면 저는 말합니다. 내가 ‘글씨’ 만드는 사람입니다, 글씨를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접한 뒤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사실 고암에게 기능적인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중요시 하는 것은 ‘작품 세계’다. 훈련을 통한 것은 육체적인 영역이지만 어떻게 새길까, 어떻게 만들까 하는 것은 바로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매우 동양적이며 철학적이다.

“30년 전에 이미 나는 전각이 세계미술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전통적인 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슈를 개척하고 만들어 내야 합니다. 선사시대부터 축적된 고전을 빨리 이해하고 용해해서 새로운 징검다리를 하나 더 가져다 놓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미술이 되고 미래의 미술이 됩니다. 서양예술에 대적할 만한 예술은 바로 ‘전각’ 뿐입니다”

/ 글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 사진 · 윤석하 작가 2908y@naver.com


오피니언

포토

제니, 개미 허리 드러낸 파격 무대의상
  • 제니, 개미 허리 드러낸 파격 무대의상
  • 신민아, 보석보다 빛나는 비주얼
  • 설현, 청춘 만화 속 비주얼…잘록 허리에 완벽 몸매
  • 권은비, 비키니 입고 뽐낸 섹시미…워터밤 여신다운 아찔 볼륨감·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