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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언제까지 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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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5 01:08:40 수정 : 2024-04-26 14: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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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우리 센터에서 간담회가 있었다.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결혼이민여성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여남은 명의 결혼이민여성이 둘러앉았다. 긴장감도 잠시 한국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법은 무엇인지 묻자 물꼬가 터지듯 말을 쏟아냈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아기를 입양하고 싶다는 하소연이었다. 늦은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을 왔고 아기를 갖고 싶었으나 불임인 채 세월을 보냈노라고 부부가 고심 끝에 입양을 결정했으나 결혼이민비자로는 입양이 안 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귀화 면접시험에 계속 낙방하고 있다고. 남편은 한국인인데 아내가 한국 국적자가 아니면 입양이 안 되는 거냐고 울먹였다.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반면 결혼 1년 차 여성은 아기가 생기기 전에 얼른 공부해서 귀화 시험을 보고 싶은데 왜 2년을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혼인 귀화라 일반 귀화보다 거주 기간이 짧고 면접시험만 보면 되는 간이귀화라는 점은 대답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혼인을 하는 부정적인 사례를 예방하고자 함이라는 대답에 수긍은 했지만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미안했다.

 

한 여성은 느닷없이 불면증을 호소했다. 이런 자리에서 웬 불면증! 한참을 듣다가 수긍이 갔다. 자신은 한부모이고 아직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는데 귀화 면접은 너무 어렵다. 이러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자신만 돌아가야 하는 거냐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거였다.

 

많은 이가 통과하는 시험이니 언젠가 국적의 경계를 넘을 거라고 믿는다. 하나 그럼 한국인으로 살아가는가?

 

이번 달에도 간담회가 있었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이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으니 취업을 하고 싶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 여성이 말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일반 회사에 응시 원서를 냈노라고 했다. 일할 자신감도 있었으나 다음 날 ‘외국인 지원 불가’라는 재공지가 올라왔다고 정확한 한국어로 쓰디쓴 경험을 말했다.

 

또 한 여성이 말했다. 자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했는데 한국에 시집와서는 태국음식점에서 일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식당 일을 접었는데 이제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이민자! 남편도 자신이 낳은 아이도 한국인이고 자신도 to be korean인데 결정적인 순간마다 되물어온다. ‘당신은 한국인인가요?’ 일할 수 있다고 자신 있다고 말해도 다시 묻는다. ‘당신은 외국인 아닌가요?’ 이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혼자서는 온전하지 않은 ‘미생(未生)’이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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