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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비판하려 스위스 학자 인용… 알고 보니 '가짜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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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1 15:00:00 수정 : 2021-08-11 14: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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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영매체, “美, 코로나19 정치화” 스위스 학자 주장 인용
스위스대사관 “그런 사람 존재하지 않아”… 기사 삭제 요청
과거에도 비슷한 보도… 英 시민단체 “中, 가짜 계정 운영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관영 언론들이 미국을 비판하기 위해 인용한 스위스 학자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중국에 대한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요구하는 미국의 행태가 정치적이라고 주장한 스위스 생물학자 월슨 에드워즈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미국을 비판했다.

 

에드워즈는 페이스북에 WHO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행정부가 WHO에서 영향력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국영 방송인 CGTN은 해당 게시물이 코로나19 기원을 추적하는 WHO 자문단에 대한 ‘협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반전은 미국이 아닌 스위스에서 나왔다.

 

주중 스위스 대사관은 지난 10일 중국 측에 에드워즈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보이는 세부 사항을 전달하며 “해당 계정이 ‘가짜 뉴스’의 출처일 가능성이 높다”고 중국 언론사에 해당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CGTN과 다른 중국 언론사들은 스위스 측의 요청을 받고, 기사를 삭제했다고 WP는 전했다.

 

대사관 측은 중국 측에 ‘윌슨 에드워드’란 이름의 스위스 거주권을 가진 시민이 없고, 이 이름으로 인용된 생물학 관련 논문 역시 없다고 전했다. 또 페이스북에서 에드워즈는 게시물을 7월 24일에 단 하나만 올렸고, 그가 친구로 맺은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계정은 댓글이나 메시지에도 어떤 반응이 없었다. 이같은 이유로 스위스대사관 측은 ‘가짜 계정’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스위스대사관이 중국 측에 보낸 ‘가짜 계정’ 설명 내용. 

중국 언론은 ‘가짜 계정’으로 유추되는 인물을 이용해 기사를 쓴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관영 언론은 지난 3월 프랑스 언론인 로렌 보몽을 통해 미국 등 서방으로 부터 인권 탄압 등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사를 썼다. 서양인의 눈으로 봐도 신장 위구르 지역에 인권 탄압 등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르몽드지는 자국 언론인 중 ‘로렌 보몽’이란 이름은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았을 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허위 정보 차단 활동을 하는 비영리 기관인 ‘정보 복원력 센터’는 최근 350개 이상의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이 중국을 치켜세우고 서구권을 깎아내리는 활동을 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가짜 계정 가운데 일부는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프로필 사진을 쓰고 있으며, 일부는 실제 소유주에게서 뺏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중국 정부와 연결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막은 친 중국 네트워크와 비슷하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센터는 가짜 계정들은 기존에 알려진 가짜 계정들이 쓰는 해시태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다른 계정들과 교류가 거의 없다는 등의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렇게 가짜 SNS 계정을 운영하는 목적이 서구권의 합법성을 약화시키고 해외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계정들은 중국 국영 매체나 정부 인사들이 등이 홍보하는 중국측 입장과 비슷한 내용을 증폭시킨다.

 

가짜 계정이 올리는 내용은 주로 미국 이슈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침해를 부인하고 미국과 서방이 조작한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아시아인 차별 등을 언급하며 미국을 인권 후진국으로 그리는 글들도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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