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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허점을 노려 병원을 돌아다니는 일부 환자들을 ‘의료쇼핑족’이라고 일컫는다. 몇해 전 60대 A씨는 일년에 무려 358일 병원을 들락거리며 진료를 받았다. 하루 평균 4회꼴로, 어떤 날은 하루 8곳 병원을 돌며 무려 1425회 진료를 받았다. 횟수 제한 없이 적용되는 건보를 악용한 측면이 크다.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친인척이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필요할 때만 잠시 들어와서 수술이나 치료를 받고 출국해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2022년 말 기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132만명)의 52%(68만명)인 중국 국적 가입자의 의료쇼핑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한국에서 건강보험을 활용해 본전을 뽑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영상까지 유행했다고 한다.

어제부터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 거주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하는 등 피부양자 요건을 강화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건보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서다. 심각한 건보 재정난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건보 재정은 올해 1조4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8년 25조원의 적립금이 고갈된다. 2040년엔 누적적자가 67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건보재정 악화는 문재인정부 시절 도입한 ‘문(文) 케어’의 영향도 작지 않다.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하고 급여 항목을 늘렸다. 환자 의료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이지만 과잉 진료가 늘고 건보 재정이 과다 지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돈 들어갈 곳’이 차고 넘친다.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건보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간병비 등 급여 지원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건보 재정 부담을 고려해 MRI·초음파 급여 적용을 줄이고 병원 이용이 과할 경우 현행 20~60%인 본인부담률을 최대 90%까지 높였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건보 재정의 균형을 맞추려면 급여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녹록지 않다. 현재 7.07%인 보험료율은 조만간 법정 상한선인 8%를 넘어설 게 뻔하다. 이럴 경우 법을 바꿔야 하고 가계 경제에 부담을 주는 만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건보 개혁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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