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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부터 시련을 헤쳐 가며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신화를 창조했다고 표현한다. 이들은 숱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실패라고 굳건히 믿었다. 새로 시작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신화는 감동을 주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한다.

성인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활약을 그린 임순례 감독의 2008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도 그런 신화를 그렸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거푸 우승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결승전 패배는 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선수들은 물론 온 국민이 TV를 보며 함께 울었다. 영화 속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은 아줌마들이 지키는 것으로 묘사됐다. 안타깝지만 비인기 종목의 굴레다. 영화 우생순은 아줌마들의 역경 탈출과 승리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밀어붙여 실제 이야기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다. 물론 영화적 변주 기법이 가미된 점은 인정한다. 이후 일반명사처럼 불린 우생순은 한동안 신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여자 핸드볼 18세 이하 국가대표팀이 열악한 환경을 딛고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11일 열린 2022 세계여자청소년핸드볼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강호 덴마크를 누르고 우승했다. 유럽의 독무대였던 18세 이하 핸드볼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그것도 8전 전승으로 내달렸다. 아줌마들의 우생순이 소녀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신화의 시작이다.

체격과 파워를 앞세운 유럽 스타일의 핸드볼에 익숙했던 현지 팬들은 평균 신장이 6㎝나 큰 덴마크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싸우는 한국 선수들에게 매료됐다. 매 경기 관중석에서 한국을 열렬히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였다. 스포츠 경기에서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가 있는 팀이나 선수는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반대로 강자 프리미엄에 주눅 든 팀이나 선수는 이기고 있어도 결국은 질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여자 핸드볼팀이 세계 스포츠계에서 주목받는 것은 이런 거침없는 자신감이다. 한류는 이제 스포츠에서도 세상을 바꾸고 있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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