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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새 정부 어젠다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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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3 00:17:49 수정 : 2022-06-23 00: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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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등 전 정권 정책 뒤집기
과거 잘못 바로잡는 것 당연하나
쌓이는 대내외 난제 대응하려면
미래 비전 제시도 잊어선 안 될 것

윤석열 대통령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즉석 문답(도어스테핑)을 한다. 신년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제된 메시지를 냈던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른 소통 방식이다. 언론이 사전 각본 없이 대통령 생각을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의 직설적 답변이 몇 차례 구설에 올랐지만 차츰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 같다. 청와대 개방,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여권 핵심 인사들을 대동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도 점수를 받을 만하다.

 

인사는 실점 요인이다.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정부 요직과 대통령실에 대거 기용했다. 국무위원 후보자와 대통령실 참모들 의혹도 불거졌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일천한 데다 검찰 출신으로 인재 풀이 좁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이 믿을 만한 사람들을 발탁하는 건 탓할 일은 아니지만 ‘검찰 편중 인사’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국민 통합에 역행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도 적합하지 않다.

원재연 논설위원

더 큰 문제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0일 지났는데도 분명한 국정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는 한다. 하지만 임기 5년 동안 나라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건지, 전임 정권의 어떤 면을 이어받고 뜯어고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5월 내놓은 국정과제도 분야별로 이상적인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 명확한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부족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5번이나 언급한 ‘자유’도 의미는 있지만 추상적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역대 정권은 국정 어젠다를 갖고 있었다. 노무현정부는 ‘지방분권’, 이명박정부는 ‘녹색성장’ ‘자원외교’,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논란이 있지만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개혁 과제를 강조했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 정책 뒤집기에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외교안보, 부동산, 원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문재인정권의 실정과 국정 난맥상이 워낙 심했던 만큼 전 정부 정책 뒤집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윤석열정부를 상징할 뚜렷한 정책 의제가 눈에 띄지 않는 건 문제다.

 

사정 당국의 전 정권 수사는 정치보복 논란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기획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정부 당시 ‘자진 월북’으로 규정했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해경 등이 ‘월북 시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하자 ‘신 색깔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전 정부 때 수사에 착수했다가 미완에 그쳤고, 공무원 피살 사건은 남북 관계에 집착해 국민 보호라는 책무를 저버린 의혹이 짙은 만큼 진상을 규명하는 건 당연하다. 야당도 실체를 밝히는 데 협조해야 하지만, 사정 당국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해야 함은 물론이다.

 

새 정부가 직면한 현실은 엄혹하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특히 그렇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붕괴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크다. 주가 폭락 등 악재들도 겹겹이 쌓여 간다.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정부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외교안보 환경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에 이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미의 밀착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나가느냐는 고민거리도 안게 됐다.

 

윤석열정부는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탄생한 측면이 크다. 지지층의 전 정권 적폐청산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지난 정권의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래 지향적 국정 어젠다를 제시하고 세부적 실행계획을 세우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 안팎의 난제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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