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전세 비율은 줄어…생활의 질 동시에 하락 서울 상계동 이모(55)씨는 지난해 전셋집을 나와 보증금이 있는 월세(반전세)로 옮겼다. 치솟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5년 전 무역회사에서 퇴직한 뒤 건설현장을 떠돌며 임시직으로 열심히 일을 했지만 매달 내야 하는 40만원의 월세는 버겁기만 하다. 그는 “반듯한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전세자금 빌리는 것도 어렵다”며 “언제쯤 월세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주거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나 전셋집에 거주하는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월세 가구는 크게 늘었다.

반면 상용근로자의 경우 보증금 있는 월세에 사는 비율이 2006년 14%에서 지난해 16%로 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주거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집을 갖고 있는 임시·일용직 근로자도 2006년 38.4%(48만4435가구)에서 지난해 37.2%(92만9517가구)로 감소했다. 전세로 사는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율은 2006년 23.4%에서 19.7%로 3.7%포인트 줄었다.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이처럼 늘어난다는 것은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생활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금 상승보다 전세 등 집세 상승 부담이 큰 상황에서 월세는 그나마 이들이 택할 수 있는 돌파구인 셈이다. 월세는 보증금을 걸기만 하면 2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는 전세와 달리 임대료 부담이 커 저축·소비 여력을 상실하게 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수도권 반전세 가구들은 보증금과 월세 수준이 너무 높아 맞벌이를 하더라도 버티기가 빠듯한 실정”이라며 “자녀교육비 등 필수적인 생활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생활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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