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미니즘 열풍 속 여성작가들 두각… 원로·중진들 활동도 꾸준 2018 문학 결산/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100만부 돌파/‘여름, 스피드’ 필두로 퀴어문학 본격 등장/ 윤흥길 등단 50년 맞아 장편 ‘문신’ 선보여/ ‘광장’의 최인훈·평론가 김윤식 등 작고도 입력 2018-12-27 16:31:46, 수정 2018-12-27 20:32:00
2018년 한국문학은 페미니즘 깃발 아래 생산된 작품들이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원로 중진 신예들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빛깔을 담아 묵묵히 정진한 도정이었다. 거죽에서 이는 바람이 한국문학의 전부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일 따름이다. 한국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문인들이 연이어 작고한 애석한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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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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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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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산 |
한국사회 여성 현실에 대해 많은 논점을 제공하면서 페미니즘 필독서로 화제를 만들어 온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11월 말 누적 판매 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2000년대 들어 김훈 ‘칼의 노래’,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이후 세 번째 밀리언셀러로 연초 미투 바람과 함께 불어닥친 페미니즘 열풍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젊은 여성작가들이 독자들에게 각광받는 현상도 눈에 띄었다. 김금희의 첫 장편 ‘경애의 마음’을 비롯해 정세랑 첫 단편집 ‘옥상에서 만나요’가 대표적이다.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를 필두로 기준영 박상영 등이 집필한 퀴어문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점도 기록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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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만하 |
이런 가운데에서도 중진과 원로급 작가들의 출간은 꾸준히 이어졌다. ‘완장’ ‘장마’의 소설가 윤흥길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20여년째 집필에 매달려온 장편 ‘문신’을 선보였다.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과 작가 특유의 풍성한 전라도 사투리 입말이 시종 질펀하게 판소리 사설처럼 깔려 있는 소설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문학의 ‘경박단소’(輕薄短小) 경향을 걱정했다. 대하소설도 단편도 장편도, 다양한 모양이나 분량으로 공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이즈음은 현재 독자들이 가볍고 짧은 쪽을 선호하는 흐름을 보이니까 출판사들도 작가들에게 그 취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작금 한국문학 출판에 대한 날카롭고 적확한 지적이다. 소설가 김성동은 격변하는 조선조 말기의 이야기를 담은 대하 장편 ‘국수’ 전 6권을 27년 만에 완간했다. 소설가 한승원은 올해도 장편소설과 산문집을 내며 ‘살아 있는 한 쓰겠다’는 다짐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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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희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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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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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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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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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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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희 |
한국문학의 허리 세대로 진입한 김종광 박형서 이기호가 동시에 신작 소설을 펴냈다. 이들은 모두 40대 후반이고 비슷한 시기에 등단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소설은 저마다 다른 빛깔이다. 윤영수 정찬 한창훈 고은주 윤성희 김숨 공지영 전경린 조경란 김별아 편혜영 정용준 안보윤 등도 소설을 펴냈다. 시 쪽으로 넘어가면 특별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꾸준히 일정한 간격으로 시집을 펴내는 이들이 많았다. 김수영 50주기를 맞아 그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집이 출간되고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정록 유용주 시인이 나란히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고, 나희덕 이대흠 최승호 허만하 김해자 조은 박라연 등도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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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주 |
한국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문인들이 잇달아 작고했다. 한국 문단의 기념비적 작품인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7월 23일 별세했다. 그는 생전에 자신은 ‘시대를 기록하는 서기’라고 자임했다. 한국문학사 정리와 비평에 큰 족적을 남긴 평론가 김윤식은 10월 25일 타계했다. 그가 남긴 저서는 학술서, 비평서, 산문집, 번역서 등 200여 권이 넘는다. ‘밤이 선생이다’는 칼럼집으로 뒤늦게 인지도를 높인 평론가 황현산도 담도암과 싸우다 8월 8일 작고했다.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시인 허수경은 독일로 간 지 26년 만에 10월 3일 뮌스터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49재가 동명스님(고인과 동인이었던 차창룡 시인) 주재로 북한산 중흥사에서 열렸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소설가 최옥정은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작품들을 뒤에 두고 일찍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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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 |
국립문학관은 2016년 8월 제정된 문학진흥법에 따라 서울 은평구 기자촌공원으로 부지가 확정됐다. 활발한 문학 교류도 눈에 띈 한 해였다. 대산문화재단과 문화예술위가 주관하는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과 한국문학번역원이 격년으로 진행해온 서울국제작가축제가 나란히 서울에서 열렸다. 광주에서는 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경주에서는 한국·베트남 문학심포지엄, 청송에서는 제1회 한중 대표작가포럼이 각각 개최됐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