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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숲에서 벗어난 서울 같지 않은 일몰 장소들

올해도 저물어간다. 바삐 사느라 자신을 다독일 시간이 없었다면, 연말 하루쯤 해넘이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서울 도심에서도 근사한 낙조를 즐길 수 있다. 따스한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하며 나의 한 해를 위로하자.

 ◆봉산 해맞이 공원

은평구 봉산은 조선 시대 불이나 연기를 피워 도성에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가 있던 산이다. 한양 서쪽 능선의 무악 봉수(현재 안산)로 연결되던 옛 봉수대는 사라졌고, 정상에 새로 복원된 2개의 봉수가 조성됐다. 봉산은 좌우로 뻗은 산줄기가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봉령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봉산 봉수대와 노을
봉산의 높이는 207m로 작은 동산이라 여길 수 있지만, 경사진 오르막길이 많다. 산 정상에는 봉수대와 봉수정이라 이름 붙은 정자가 마주 보고 있다. 봉수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산 능선이 장쾌하게 늘어섰고, 그 아래 포근하게 들어앉은 서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봉수정에서는 한강 방향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아차산 및 아차산성

광진구 아차산에 오르면 한강 일대의 풍경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어 걷기에 좋다. 아차산성길은 아차산 생태공원의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시작된다. 사철 푸른 솔잎은 찬 바람이 부는 겨울임에도 따스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아차산에서 본 낙조
솔숲을 지나 산성길을 오르다 보면 복원이 진행 중인 아차산성이 보인다. 삼국사기에 아단성 또는 아차성으로 기록되어 있는 아차산성은 입지 조건이 좋아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다. 

아차산성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커다란 암반 위에 세워진 고구려정이 나타난다. 정자를 뒤로하고 조금 더 오르면 해맞이 광장이 나타난다. 전망대에 서면 잠실부터 남산을 지나 북한산과 도봉산까지 서울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맞이 광장이 있는 능선 위로는 고구려의 군사 시설인 보루로 연결된다. 5개의 보루를 지나면 정상에 도착하는데 능선에 갇힌 정상보다는 해맞이공원이나 보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 좋다. 

용마산정의 낙조와 야경
아차산과 용마산은 능선으로 연결돼 있다. 아차산 정상길을 따라 용마산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용마산 정상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 설치된 전망 데크에서 탁 트인 서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노을과 야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하늘공원 및 노을공원

하늘공원 억새와 노을
마포구 월드컵 공원에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90년대까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난초와 지초가 가득한 섬이어서 난지도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었으나, 1978년부터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었다. 서울에서 밀려오는 쓰레기가 쌓이고 쌓여 불과 15년 만에 100m에 가까운 두 개의 산이 만들어졌다. 악취가 풍기던 쓰레기 동산은 환경 재생사업을 통해 월드컵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공원 입구까지 올라가는 맹꽁이 전기차를 타면, 편하게 멋진 석양을 만날 수 있다. 해가 질 때쯤 한강변을 따라 난 산책길을 걷다 전망대에 멈춰 선다. 석양은 붉은색 물감이 돼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로 변모시킨다. 

마포문화비축기지
상암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있는 문화비축기지에 들러볼 만하다. 석유를 비축하던 저장 탱크가 있던 산업시설이 시민들을 위한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공간 자체만으로도 이색적인 문화비축기지에서 전시를 감상한 후 하늘공원이나 노을공원에서 노을까지 감상한다면 근사한 반나절 여행이 된다.

◆서래섬 및 세빛섬

서초구 서래섬은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에 조성된 작은 인공 섬이다. 섬 안에 들어가면 두 발로 한강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에서 멀리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해가 뉘엿거리면서 노을빛이 서래섬을 따사롭게 감싼다. 잠시나마 걱정과 근심을 잊고 낙조를 즐긴다. 

세빛섬의 낙조
서래섬에서 반포대교 방향으로 걸어가며 만날 수 있는 세빛섬은 강 위에 3개의 건물을 짓고 다리를 연결하여 만든 인공섬이다. 세빛은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처럼 3개의 섬이 조화를 이루어 한강과 서울을 빛내라는 바람을 담은 이름이다. 한강으로 지는 노을과 함께 LED 조명으로 둘러싸인 세빛섬의 눈부신 야경을 감상하기 좋다. 

동작대교 한강 구름 카페
동작대교의 노을카페와 구름카페는 편의점 카페, 출판사와 연계한 책이 있는 전망 카페다. 동작대교의 한강 카페에 앉아 아늑하게 커피를 마시며 고운 빛깔의 노을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