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자기정치' 논란으로 불거진 '선글라스 정치학' [박태훈의 스토리 뉴스] 선글라스와 정치 입력 2018-10-30 20:38:51, 수정 2018-10-30 21:25:08 ![]() 야권은 “임 실장이 자기정치를 한다”고 거세게 공격하는 반면 청와대와 여권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으로서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뿐”고 방어했다. 임 실장 논란은 그가 방탄헬멧에 선글라스 쓴 사진이 알려지면서 더욱 뜨거워졌다는 평가다. 정치의 세계에서 선글라스는 패션 아이템일 뿐 아니라 때론 권위· 비밀· 엄중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함께 간직한 역사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위와 함께 멋으로 이용한 맥아더 임 실장이 쓴 선글라스는 군PX(충성매장)에서 판매중인 2만원짜리지만, '맥아더 선글라스'가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맥아더 장군은 파이프 담배와 선글라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했다. 그가 쓴 선글라스는 레이밴(Ray Ban)의 잠자리형으로 우리나라에선 흔히 맥아더 안경으로 불린다. 파이프를 물고 선글라스를 쓴 맥아더의 모습은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그의 선글라스 모습은 일본 언론에 소개되면서 미국의 식민지로 있던 일본인들에게 위압적이고 권위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오드리 헵번도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는 아이스크림과 단발머리를, ‘티파니의 아침’을 통해선 선글라스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 선글라스가 '권위' '억압'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다가온 결정적 계기는 5·16 군사 쿠데타를 상징하는 사진 한장 때문이다. 쿠데타를 주도한 박정희 소장은 선글라스 차림으로 1961년 5월 18일 박종규 소령, 차지철 대위를 좌우에 거느린 채 서울시청앞에 나타나 육사생도들의 쿠데타 지지행진을 바라봤다. 이 장면을 AP통신 김천길 기자가 특종사진으로 남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케네디 대통령과 만났을 때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정통성 없는 정부, 최강대국 대통령을 만난다는 부담감을 감추려는 의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선글라스는 강력한 태양빛을 가리려는 용도가 기본이지만, 박정희의 경우처럼 정치인들은 속내를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애용하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주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낚시를 좋아했고 군부대 방문, 공군 격려행사 때 선글라스를 썼다.
뜻밖의 인물도 선글라스로 인해 더욱 비밀스러운 이미지를 증폭시킨 사람도 있다. 박근혜 시절 권력자 최순실씨가 그 주인공으로, 그녀는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친 사진으로 인해 숱한 패러디물을 낳게 했다. ![]()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종종 선글라스를 사용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옅은 색깔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마중을 나왔다. 권위와 이미지 연출용으로 분석됐다. ![]() 선글라스는 상대에게 초점을 들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JSA 헌병이나 김정은 위원장 경호원 등이 이런 이유로 선글라스를 사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 ◆11세기 판관 첫 색안경 사용...현대적 시초는 조종사용 선글라스, 색안경은 11세기 중국 송나라때 처음 등장했다는 게 정설이다. 죄인을 심판하는 판관들은 종종 자신의 표정을 감추지 못해 죄인과 심리싸움, 눈싸움에서 밀리는 일이 많았다. 이때 등장한 묘수가 색안경으로 연수정으로 만든 안경알에 연기 등을 씌워 색을 입혔다. 이후 죄인들은 판관 모습에 겁을 먹었고 눈싸움할 생각을 품지 못했다. 포청천도 색안경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적 선글라스는 1937년 미공군 요청으로 바슈롬사가 만든 레이밴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기술발전으로 비행기 움직임이 민첩해지고 상승고도가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비행사고도 많아졌다. 고도상승, 급선회 과정서 조종사들이 태양빛에 노출, 순간적으로 시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레이밴의 등장으로 태양빛에 의한 방해는 사라졌다. 지금도 레이밴은 선글라스 브랜드의 대표격이며 우리나라에선 일본식 발음인 '라이방'으로 오랫동안 불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