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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시민이 기록한 美·日의 참사들

유가족·시민이 직접 희생자 기록물을 모아 기록한 세월호 참사/ 美 911테러 기념관, 日 고베지진 ‘기록잔재운동’도 비슷한 사례/ 기록을 통해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예방해야

416 기억저장소는 유가족과 시민이 직접 수집한 기록물을 통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런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형 사상자를 낸 미국의 911테러나 일본 한신 아와지 대지진(고베지진) 등 해외 참사에서도 유가족과 시민이 모여 희생자의 기록들을 수집해 전시했다. 이 두 사건은 각각 13주년, 23주년을 맞아 시민들은 희생자를 기록하고 추모했다.

“그날의 비극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조직이 납치한 민간 항공기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덮쳐 2983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로부터 13년만인 2014년 5월 14일 미국 뉴욕에 세워진 911 기념박물관은 시민들이 모은 기록물들로 ‘비극의 완전한 이해’를 선언하며 설립됐다.

미국 911테러 다음날 인쇄된 수십 장의 실종자 포스터. 911테러기념박물관은 시민이 수집한 2983명의 희생자 한명 한명의 유품, 사연 등을 담고 있다. 출처=텔레그라프
박물관에 들어서면 사망이 확인된 2983명 희생자의 기록과 유품들이 펼쳐진다. 아내 뱃속의 아이를 손꼽아 기다리던 소방관 패트릭 존 라이언스(당시 34세)는 구조 활동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사고 후 동료들은 ‘그가 잘 생겼다’ 칭찬했고 ‘미식축구를 좋아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미식축구 쿼터백 선수로 뛸 정도로 체력이 좋았으며 구단 마이애미 돌핀스의 팬이었고 아내는 “재밌고 격렬하고 치열했던 사람”이라고 남편을 소개했다. 이렇듯 박물관에는 2136건의 아카이브 문서, 10313개의 유물, 37개의 대형 유물, 1970건의 구술자료, 희생자 개인기록물 등이 보존돼있다.

1995년 일본 고베지진 당시 히가시 나다구 골목 사진. 출처=고베시
1995년 1월 17일 643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일본의 고베지진 사태도 비슷하다. 희생자 기록은 시민 주도로 기록됐다. 이들은 ‘진재기록보존운동(震災記録保存運動)’을 통해 희생자의 일기나 메모 등 개인적 자료까지 지역 도서관을 기점으로 수집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지진발생 20주년 때는 고베 지역의 빵집 주인부터 지역 소설가까지 생존자가 기억하는 ‘고베지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기록하며 참사기록을 이어갔다.

이영남 한신대 교수(기록관리학)는 “4·16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들이 직접 기록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전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사회적으로 워낙 큰 사건이었고 진실을 규명하자는 뜻으로 가족과 기록관리전문가들이 모였기에 416 기억저장소 기록이 탄생했다”며 “희생자·생존자들의 기록, 416 가족협의체의 활동기록 등 정부기관의 기록물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