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밤늦게 밀양 도착한 당직의사 아내 가슴치며 애써 울음 삼켜 50대 당직의사,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 대피시키다 숨져… 빈소 아직 마련 안돼 입력 2018-01-27 00:44:49, 수정 2018-01-27 13:26:55
37명의 사망자 중 가장 늦게 연락이 닿은 밀양세종병원 당직의사 민현식(59)씨의 아내 장모(55) 씨가 매서운 밤바람도 아랑곳 않은 채 허공을 바라보며 연신 주먹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쳐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북받치는 설움을 도저히 견딜 수없는 듯이 보였다. 방금 전 안치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남편의 모습을 확인한 게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차남으로 보이는 장성한 아들이 뒤따라나와 엄마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아내 장씨는 남편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탓에 이날 오후 뒤늦게 밀양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두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향했다. 밀양으로 향하던 승용차 안에서 어렵사리 연락한 세계일보의 인터뷰 요청을 받은 장씨는 “병원에서 보자”고 말했으나 끝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곁에 있던 둘째 아들이 “(지금 너무 힘든 것 같으니) 좀 시간을 달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이날 당직을 맡았던 의사 민씨는 원래 밀양시 인근 하남읍 수산리에 있는 행복한병원 소속 의사로 밝혀졌다. 그는 의료진 일손이 달리는 밀양세종병원에서 틈틈이 당직업무를 수행하며 주로 어르신환자들을 돌보다 생의 마지막 순간도 병원에서 마감했다. 민씨의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밀양 시내에 빈소를 차릴 공간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족은 이날 자정 가까이 돼서야 밀양시가 급히 마련한 병원 인근에 위치한 숙소로 향했다. 밀양시 관계자는 유족에게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밀양=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