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홍홍… '차'가워진 날씨에 향기로운 휴식… 영국 왕실 사로잡은 ‘빨간 매력’ 항암·항염증·다이어트 효과… 카페인 함량 커피의 절반… 특유의 향 싫다면 과일 향 첨가된 가향차 추천 입력 2017-11-28 17:21:15, 수정 2017-11-28 21:01:03 ![]() “시향하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차는 산딸기 향이 느껴지시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이쪽은 향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에 드시면 아주 좋지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홍차전문점. 찻잎이 담긴 검은 틴케이스가 매장 곳곳 가득하고 카운터 앞에는 각종 차 종류를 시향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테이블마다 호텔처럼 흰 테이블보가 깔려 있다. 일반 커피전문점과는 다른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돼 선뜻 발을 들여놓기 망설여진다. 하지만 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골라 즐길 수 있어 예상 밖의 편안한 매력이 있다. 차(茶)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홍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동남아, 미국 등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홍차들이 수입되고, 수년째 홍차 관련 서적도 다수 출판됐다. 홍차를 주 메뉴로 하는 홍차전문점도 늘고 있다. 예쁜 틴케이스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커피전문점과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낸다. 티하우스, 티룸, 티살롱 등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홍차 마니아들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포트넘 앤 메이슨’은 홍차 문화를 꽃피운 나라 영국에서도 명품차로 유명한 브랜드다. 영국 왕실에서 즐기는 차로 잘 알려져 있으며 영국을 여행객들이 런던 매장을 관광 필수 코스로 여길 만큼 인기다. 영국 본사에서는 홍차, 녹차, 우롱, 허브티 등 400여가지를 판매하며 한국에는 90여종이 수입됐다. 시그니처인 로열 블렌드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홍차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지난 7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포트넘 앤 메이슨 매장이 오픈했다. 틴케이스가 알록달록해 선물용으로도 많이 판매된다. 차를 선택하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쿠키를 추천해주며 스콘이나 비스킷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잼도 인기다.
프랑스 브랜드 ‘다만 프레르’는 다만이라는 사람이 1692년 프랑스 왕 루이14세로부터 차 판매 독점권을 받으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 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2009년 수입돼 백화점과 고급호텔을 중심으로 공급됐고 2015년 서울 광화문에 첫 한국 매장을 열었다. 지금까지 가향차와 각종 블렌딩 차, 녹차와 허브차까지 3300여종을 개발했으며 한국에서는 60여종을 만나볼 수 있다. 산딸기 향이 나는 자흐뎅 블루, 초콜릿 향이 나는 샤흘롯트 오 쇼콜라 등 가향차 판매율이 높다. 홍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스미스 티메이커’는 고급 찻잎을 특별한 도구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찻잎을 분쇄하지 않고 티백에 그대로 담았다. 한국에는 2013년부터 수입돼 지난 6월 서울 압구정 기아자동차 매장에 입점했다.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차는 많지 않지만 세 가지 차를 골라 한 잔씩 시음해볼 수도 있다. 이집트 캐모마일 꽃잎이 블렌딩된 화이트 페탈, 중국 푸젠성에서 수확한 바이하오 우롱, 진한 차 향을 느낄 수 있는 포틀랜드 블랙퍼스트가 매장 추천 메뉴다. 홍차는 녹차와 같은 찻잎을 발효시켜 만든 차로 붉은빛을 띤다. 항암, 항염증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 특유의 향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꽃이나 과일 향이 첨가된 가향차가 부담 없다. 잘 알려진 홍차 중 하나인 얼그레이도 시트러스 계열인 베르가모트라는 과일 껍질에서 추출한 오일을 홍차에 첨가한 가향홍차다. 홍차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아삼, 다르질링, 키먼, 우바 등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된 차를 배합한 블렌딩차에 도전해볼 수 있다. 홍차 입문자라면 온라인 홍차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의 홍차 판매점에서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골라 가향차와 블렌딩차를 하나씩 구매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홍차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카페인 함량이 높다는 것이다. 홍차를 우려냈을 때 커피와 비교하면 카페인 함량이 절반가량이다. 또 홍차의 폴리페놀 성분이 카페인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홍차로 섭취하는 카페인은 커피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오해는 홍차는 떫다는 것. ‘홍차 수업’과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 가이드’의 저자 문기영씨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에 홍차전문점이 많이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중 90%는 매장을 고급스럽게 꾸미는 데 집중하고 정작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데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객들이 홍차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홍차전문점과 판매점이 홍차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홍차 클래스를 운영하는 그가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팁을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85∼95도 물에 우리는 방법으론 제 맛을 느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어렵지 않습니다. 2∼3g의 찻잎에 400㏄의 물을 넣고 3분 뒤에 건져내세요. 단, 물은 무조건 펄펄 끓는 물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장 맛이 좋습니다. 이 방법으로 홍차를 우리면 값싼 티백이라도 맛있습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